“기술사업화를 위해선 자체 재원 확보가 우선돼야 합니다. 현재 시스템으로는 상황에 맞는 효율적인 대응이 어렵습니다.”
박태웅 초대 한국연구소기술이전협회(이하 연기협) 회장(ETRI 연구위원)은 정부출연 연구기관 기술이전조직(TLO)의 부실한 예산에 날을 세웠다. 전체 R&D의 0.2~0.3%도 안 되는 기술 마케팅 예산을 늘리는 일이야말로 공공 R&D성과 확산과 산업화 촉진을 위한 선결 과제라고 주장했다.
연기협은 지난달 지식경제부로부터 법인 설립 인가를 받고 활동에 들어갔다. 정부부처 산하 연구기관 24개와 민간 연구소 및 특별회원 각 1개 등 총 26개 기관이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박 회장이 처음부터 기술사업화 업무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00년 기술벤처창업이 활발하던 시절 ETRI 기술평가센터 설립을 주도하면서 이 업무에 빠져들게 됐다. 벤처기업 기술력 평가부터 사업화 컨설팅, 기술가치 평가와 기술지주회사 설립까지 웬만한 일은 다 겪어봤다. 기술 사업화에 관한한 `빠꿈이`로 통하는 이유다.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개발한 기초 및 원천기술과 선도기술이 산업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원과 시간 투자가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기술 사업화 시스템과 생태계도 지속 개선해야 합니다.”
박 회장은 국가가 예산을 투자해 개발한 기술이 사업화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주요 걸림돌로 세 가지 `갭`을 꼽았다. 탈추격형 또는 선도형 연구개발 기술과 상용 제품 간 기술적인 갭과 신기술 제품이 시장 수요와 맞아 떨어지는 시장 및 타이밍 갭, 고위험 비즈니스에 소요되는 자금 수요와 공급 간 발생하는 투자 갭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에 따라 출연연의 사업화 정도가 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박 회장은 “이런 사업화 갭, 즉 장애요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사업화 시스템과 생태계의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기술 공급자-수요자-중개자-촉진자 간 네트워킹 활성화와 시장 메커니즘 고도화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출연연 조직과 소속도 전부 제각각입니다. 전문성이 어느 조직보다 필요한 곳인데 보통 2년마다 보직 순환합니다.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니 기술적인 분석이나 네트워크가 제대로 될 리 없지요.”
박 회장은 기술과 제품, 기업과 시장을 이해하고 사업화를 추진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도 시급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 회장은 앞으로 “공공연구기관 기술이전·사업화 전문부서들의 허브(구심점) 역할을 연기협이 수행하도록 할 것”이라며 “향후 기술이전·사업화 시스템의 우수사례 발굴이나 관련 법체계 개선, 유관기관 간 상시 협력체제 구축 등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