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 이노베이션리더 / 김기곤 이마트 IT담당 상무

“일하는 방법을 바꾸고 `현장`을 혁신하는 일이 저의 임무입니다.”

이마트가 달라지고 있다. 10여년간 점장 생활을 하다 지난해부터 이마트 IT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김기곤 이마트 상무는 `나는 IT를 몰랐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김 상무는 “현장 전문가인 내가 IT담당으로 임명된 것은 새로운 시각으로 업무 혁신을 바라보고 현장에 접목하라는 과제를 부여받은 것”이라고 운을 뗐다. 창사 이래 최대 차세대 IT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이마트는 김 상무 주도 아래 새로운 기법과 기술을 적용해 현장의 문제점을 고치고 업무 속도를 높이는 작업에 한창이다.

김기곤 이마트 상무
김기곤 이마트 상무

◇급격한 환경 변화…`일하는 방법 혁신 절실`

김 상무가 이끄는 IT담당 조직은 기존 10여명 수준이던 시스템기획팀을 20여명으로 확대 개편해 구성한 창립 이래 최대 IT전략 조직이다. 김 상무는 이마트의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글로벌 종합 유통그룹`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첫 임원급 IT전략가로서 사명을 부여받았다.

김 상무는 “할인점 업계 출점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레드오션이 됐으며 슈퍼마켓과 온라인몰, 전문매장 등 업태가 다양해지면서 글로벌 진출이 가속화되는 등 영업환경 변화가 크다”면서 “모바일 세상에 대응하면서 온라인 역량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기술을 통한 업무 혁신의 출발점 역할을 하기 위해 IT담당 조직이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할인점뿐 아니라 슈퍼마켓 비즈니스를 하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인터넷쇼핑몰인 이마트몰, 전문 카테고리 판매점이 늘어나는데다, 국내 시장 포화 위기에 따른 중국과 동남아 등지 해외 시장 개척을 가속하고 있다.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는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와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시스템인 `스마트오피스` 등을 필두로 새로운 기술을 업무에 접목하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젝트들을 가동 중이다. 김 상무는 “기존 업무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신기술을 현장에 맞춰 적용하는 것”이라며 “업무 전반에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기기로 모바일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 속도와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를 확대 중”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프로젝트로 발주부터 재고관리까지 `생산성 혁신`

김 상무의 가장 큰 과제는 올해 추진 중인 차세대 프로젝트 효과를 끌어올리는 일이다. 차세대 프로젝트는 크게 세 가지 방향성을 갖고 계약부터 발주, 물류에서 진열, 판매에서 재고까지 업무시스템을 바꾸게 된다.

첫 번째 목표는 현장 업무와 시스템을 개선해 `스마트워크`가 가능하도록 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두 번째 목표는 기존 할인점 위주 시스템에서 벗어나 다양한 업태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세 번째 목표는 시스템 통합과 구조 개선으로 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다.

김 상무는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활용성·효율성·범용성·정확성이라는 크게 네 가지 기조를 갖고 시스템 개발을 진행 중”이라면서 “활용성은 쓰기 쉬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단순한 시스템을 의미하며, 효율성은 투자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시스템은 만들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다”고 말했다. 또 “범용성은 여러 사람에게 필요한 시스템만 만들어 `소수`를 위한 시스템을 지양하는 것이며, 정확성은 어떤 시스템이든 0.1%도 틀려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숫자가 100% 정확하지 않고 99% 정확한 것은 마치 시스템 없는 것처럼 무용하다는 것이다.

시스템을 개발하는 김 상무의 이러한 철칙은 현업에서 겪은 풍부한 현장경험에서 얻은 것이다. 김 상무는 “현장경험이 없었다면 글로벌 컨설팅기업, 혹은 IT전문가들의 이론적인 방법론을 그대로 수용했겠지만 현장에서 시스템이 사용되는 문화를 이해하고 있으면 보다 활용성이 높도록 기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해진 시스템대로 일하는 해외기업의 문화와 실시간 의사결정에 따라 역동적인 우리 기업 문화 차이를 이해하고 이를 감안한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현장에서 활용된다”면서 “이상과 현실을 조합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임원회의 때도 IT용어를 잘 모르는 임원들을 위해 단어를 `번역`해 보고한다. 김 상무는 “예컨대 데이터베이스,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등 용어를 임원회의 때는 알아 듣기 쉬운 현장용어로 다시 수정하는 것”이라면서 “IT 전문가들에게 익숙한 용어가 임원들에게 처음 듣는 단어인 데다, 우리나라에도 있는 개념인데 PC를 해외에서 들여오다 보니 용어도 그대로 들여와 생소한 영어가 많다”고 말했다.

◇이마트, 스마트하게 바뀐다

김 상무가 IT담당으로 부임해 가장 야심차게 추진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는 `스마트오피스`다. 스마트폰으로 대부분 점포 업무가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일하는 속도를 높이면서 비효율을 없앴다. 김 상무는 “매장은 아래층에 있고 사무실은 위층이나 지하에 있을 때 정보 확인과 발주를 위해 층을 오다니기 힘이 들고 업무 지연이 생겼다”면서 “상품정보, 재고와 입점 및 매출 상황 등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간 제약을 벗어나 소통하는 `슬림 워크(Slim Work)`를 모토로 전 점포에 확산시켰다.

김 상무는 “현장영업을 강화하면서 신속한 고객 응대가 가능한데다 인쇄가 줄어들면서 페이퍼리스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금도 점포 인터뷰를 통해 앱과 기능을 개선하고 있으며 항목이 추가 중이다.

이처럼 현장의 요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IT전문가가 아니라고 말하는 김 상무는 차세대시스템, 스마트오피스 등 현장 노하우를 기반으로 업무 방식의 변화를 이끄는 기획자 역할을 한다. 김 상무는 “현업에 있는 것은 그대로 살리되 시스템화해야 하는데, 업무를 아는 것으로 치면 50%를 성공했지만 어떠한 방법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네트워크 형성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지는 공부를 해야 한다”면서 “분야별 전문 실무 직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조율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급속한 변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한 김 상무는 “불과 1~2년 안에도 업무 방식이 많이 바뀌는 등 차세대 기술의 흐름과 연관지어 업무 방식과 소비자 동향에 따른 업무 혁신의 방향을 잘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러한 예측을 어떻게 실제적으로 접목하느냐가 나의 숙제”라고 말했다.

◆김기곤 상무는.

김기곤 이마트 상무는 이마트가 2011년 5월 확대 개편한 IT조직의 첫 수장인 `점장` 출신 최고정보책임자(CIO)다. 이마트 입사 이래 다양한 실무를 거쳤으며 고객서비스 담당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이마트의 첫 IT 임원으로 부임했다. 10명의 차세대시스템 TF 인력을 더해 약 30명 수준의 IT담당 조직을 이끌고 있으며 이마트뿐 아니라 이마트 에브리데이, 이마트몰 등 이마트 계열 IT를 총괄 및 기획하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