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준전문가를 위한 고사양 카메라가 일반 사용자층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카메라 시장을 양분해 온 DSLR와 콤팩트카메라 외에 미러리스 카메라가 새로운 카테고리로 자리잡으며 빠르게 세를 확장한다. 특화된 기능으로 제품군이 세분화하면서 기존 카메라 사용자와 구매를 앞둔 사용자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카메라전시회 `포토키나 2012`에서는 캐논, 니콘, 소니, 올림푸스, 파나소닉, 후지필름, 펜탁스 등 세계 주요 카메라 제조사가 일제히 신제품을 공개했다. 2년마다 열리는 포토키나에서는 세계 카메라 시장의 향후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올해는 고성능 `풀프레임 카메라`와 와이파이를 탑재한 `스마트 카메라`가 단연 화제로 떠올랐다. 스마트폰과 경쟁하며 빠르게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 콤팩트 카메라는 작고 가벼우면서도 미러리스나 DSLR와 경쟁할만한 고성능으로 새로운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DSLR `풀프레임` 뜬다
미러리스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보급형 DSLR 카메라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두 제품군의 가격대가 비슷하고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데다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DSLR보다 작고 가벼운 외관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탁하고 무거운 DSLR를 꺼리던 여성 소비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DSLR 제조사 대부분이 미러리스 시장에 진입하면서 두 제품군 간 차별을 둬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고성능 미러리스 제품은 DSLR 중급기 이상의 성능을 구현한다.
이 때문에 DSLR 제조사들은 카메라 시장에서 DSLR의 강력한 입지를 재정립하기 위해 `풀프레임`을 무기로 꺼내들었다. 본체(보디) 가격만 500만원대에 달하는 전문가용 플래그십(고급기) 기종에만 탑재했던 35㎜ 풀 사이즈 이미지센서를 중급기에 탑재한 것이다.
캐논과 니콘은 풀프레임을 탑재한 DSLR 신제품 `EOS-6D`와 `D600`을 각각 선보였다. 이번에 선보인 풀프레임 카메라는 중급기와 고급기의 경계선에 위치한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이다.
캐논 6D는 고화질을 구현하면서도 페이스북 등에 이미지를 전송할 수 있도록 와이파이를 탑재했다. EOS 시리즈 중 처음으로 와이파이와 GPS를 구현한 것이다.
니콘도 풀프레임 카메라 D600을 스마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무선 모바일 어댑터 지원 기능을 추가했다. 별도 어댑터를 장착하면 무선으로 사진을 전송할 수 있다.
세계 DSLR 시장 양대 강자인 캐논과 니콘은 이번 풀프레임 신제품에 거는 기대가 크다. 줄어드는 DSLR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관련 매출을 확대할 수 있는 촉매제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미러리스로 기존 카메라 시장의 판도 변화를 노리는 소니,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기존 입지를 더욱 단단히 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SLR 시장에서 캐논과 니콘 대비 점유율이 낮았던 소니는 전략적으로 높은 연사속도가 강점인 반투명미러(DSLT) 카메라로 DSLR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풀프레임을 채택한 DSLT `A99`는 4년여 전 선보인 DSLR `A900`을 대체하는 제품으로 2430만화소를 지원한다.
◇캐논도 뛰어들었다…미러리스 `한판 승부`
급격히 성장하는 미러리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제조사들은 보급형부터 고급형까지 다양한 성능의 제품을 일제히 선보였다. 미러리스 제품 출시 여부로 지난 몇 년간 세계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켜온 캐논도 첫 미러리스 `EOS M`을 선보이고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카메라 제조사들은 기존 DSLR와 콤팩트 시장 강자인 캐논과 니콘을 따라잡을 새로운 시장으로 미러리스를 꼽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양사가 주도한 기존 DSLR 시장이 아닌 전혀 새로운 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것. 무엇보다 미러리스가 작고 가벼운데다 비교적 고성능을 구현해 장기적으로 DSLR 시장 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기대가 크다.
제조사들은 다양한 미러리스 라인업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캐논과 니콘을 추격하는 소니, 올림푸스, 파나소닉, 삼성전자, 후지필름 등이 보급형부터 고급형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군을 마련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시장에 가장 먼저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보인 파나소닉은 11종의 가장 많은 미러리스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내년 초 자사 라인업 중 최고 사양인 미러리스 신제품 `GH3`를 국내 시장에 출시하고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펜(PEN) 시리즈로 인기몰이를 했던 올림푸스도 재도약에 나선다. 지난 1년간 신제품을 선보이지 않았고 한국에서 경영진 비위 혐의가 포착돼 마케팅과 영업 활동도 축소됐다. 다음 달 펜 시리즈 후속작 2종인 `E-PL5`와 `E-PM2`를 발매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 펜 시리즈의 명성 회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소니는 보급기 `NEX-3`부터 고급기 `NEX-7`에 이르기까지 숫자별로 성능을 다양화하는 전략을 펼친다. 중급기에 속하는 `NEX-5R`와 `NEX-6`로 본체 성능을 세분화했다. 내년 초에는 미러리스용 칼자이tm 렌즈 신제품도 출시해 비교적 부족한 렌즈 제품군도 보강한다.
최고가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보인 후지필름은 전작 대비 100만원 이상 가격을 낮춘 신제품 `X-E1`을 다음 달 국내 발매한다. 전작 `X-프로1`은 카메라 마니아층을 타깃으로 한 고사양 제품이었으나 이번 신제품은 일반인을 겨냥해 성능을 다소 낮추고 가격대를 합리화했다.
삼성전자는 와이파이, 원격제어 등 스마트 기능을 강조한 미러리스 카메라 `NX20` 등 다양한 NX 시리즈를 지난 5월 발매했다.
◇`작은 고추가 맵다` 고성능 콤팩트 `봇물`
미러리스 카메라나 보급형 DSLR 성능에 준하는 고성능 콤팩트 카메라의 등장도 반갑다. 예전에는 한 제품 카테고리 내에서 어떤 브랜드 제품을 선택할지 고민했다면 이제는 전체 카메라 종류에 걸쳐 제품을 결정해야 한다.
올해 출시 발표된 고성능 콤팩트 카메라 중 단연 눈길을 끈 것은 풀사이즈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소니 `RX1`이다. 고성능 콤팩트 `RX100`을 선보인 지 불과 3개월 만에 또다시 최고사양 제품을 내놓으며 캐논·니콘이 주도하는 콤팩트 시장에 새로운 돌풍을 예고했다. 중급형 DSLR 가격에 준하는 300만원대 가격도 파격적이어서 가격 대비 실제 성능이 어떨지 이목이 집중된다.
삼성전자, 올림푸스, 후지필름 등도 고성능 콤팩트 제품군을 보강했다.
제조사들은 하늘의 반짝이는 별, 노을지는 풍경 등 렌즈교환식 카메라만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다고 여겨지던 다양한 상황을 콤팩트 카메라도 찍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과거 `사진 잘 찍는 법`이 주로 DSLR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고성능 콤팩트 시장이 커지면서 콤팩트 사용자를 위한 촬영 기술도 별도로 제공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발표된 콤팩트 카메라는 대부분 와이파이를 탑재하고 있다. 카메라에서 직접 사진을 전송해 고화질 이미지를 바로 업로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PC보다 작은 스마트폰의 특성 때문에 화질 문제는 크게 제기되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고화질 이미지를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으로 전송해 공유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어 유용한 필수 기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콤팩트 카메라 시장이 고사양 제품과 아웃도어형 제품으로 양분될 것으로 내다본다. 고성능 콤팩트는 렌즈를 갈아 끼우기 귀찮거나 크고 부피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으로 자리매김을 시도하고 있다.
아웃도어 카메라는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군으로 각광받고 있다. 흙먼지를 뒤집어써도 렌즈 긁힘이나 성능 저하 우려가 적은데다 방수팩을 쓰면서 불안해 할 필요 없이 물속에서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어린이 전용 카메라도 등장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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