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가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유력 대선주자가 한 치 양보없는 대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향력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SNS는 스마트폰 가입자 3000만 시대가 열리면서 정치권에서 과거 인터넷을 넘어서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SNS 여론이 후보 지지도를 높이는 촉진제가 되는가 하면 반대로 역풍을 야기하는 메가톤급 폭탄으로도 작용한다.
전자신문은 대선 D-50을 맞아 세 유력 대선주자 캠프의 SNS 전략 책임자를 초청해 좌담회를 가졌다. 세 후보 SNS 책임자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 하나로드림 대표와 청와대 뉴미디어홍보비서관을 역임한 김철균 박근혜 후보 국민행복캠프 SNS본부장, 나우콤 대표이사를 지낸 문용식 문재인 후보 시민캠프 공동대표 겸 온라인대변인, 내일신문·스크린 등을 거친 언론인 출신 유승찬 안철수 후보 진심캠프 소셜미디어 팀장이 참석했다. 좌담회는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진흥공단 회의실에서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참석자(가나다 순)
김철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국민행복캠프 SNS본부장
문용식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시민캠프 공동대표 겸 온라인 대변인
유승찬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진심캠프 소셜미디어팀장
사회=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사회(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SNS가 정치 과정, 특히 선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선을 50일 앞둔 지금 각 후보 캠프는 SNS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유승찬 안철수 후보 진심캠프 소셜미디어팀장(이하 유 팀장)=안철수 후보는 다른 후보에 비해 늦게 출발했다. 늦었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새로운 것을 마련하긴 어렵다. 주로 어떤 채널을 선택할지 등을 고민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여론분석, 콘텐츠 기획, 외부 플랫폼, 내부 홈페이지 담당 조직 등이 있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메시지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에 메시지 부문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다. 최근 `안방TV`를 시작했고 생방송도 준비 중이다.
◇김철균 박근혜 후보 국민행복캠프 SNS본부장(이하 김 본부장)=광고·마케팅·이벤트를 담당하는 기획실, 모니터링 중심으로 활동하는 상황실, 홈페이지 같은 채널을 운영하는 채널운영실, 기존 당 내부 SNS 조직과 협업하는 대외협력실 등으로 나뉜다.
특이점이라면 SNS 조직을 본부급으로 만든 것이다. 새누리당 대선캠프에서 본부 조직은 국회의원이나 장관 출신이 주로 맡았다. 그만큼 SNS를 중요하게 보고 본부급 조직으로 꾸렸다.
◇문용식 문재인 후보 시민캠프 공동대표(이하 문 공동대표)=문재인 후보 캠프는 당 조직 중심의 민주캠프, 시민이 참여하는 시민캠프, 어젠다와 정책을 제시하는 미래캠프 등 수평적인 세 개 캠프로 구성됐다. SNS 기능은 시민캠프가 종합 관리한다. 내부 기능은 기획, 모니터링, 플랫폼 운영, 메시지 기획 등 다른 곳과 비슷하다.
`문재인TV` 생방송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남다르다. 정식 후보 등록을 마치면 24시간 방송도 추진할 계획이다.
◇사회=세 후보 모두 SNS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NS가 정치권에 가져올 새로운 변화를 얘기해보자.
◇문 공동대표=SNS는 기본적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소통하는 채널이다. 과거에는 이를 신문·방송으로 대변되는 매스미디어가 했다. 매스미디어 외에는 수단이 없었다.
SNS 등장 후 매스미디어의 독점력이 무너졌다. 신문·방송이 아니라 자신이 잘 아는 사람이 생산한 정보 신뢰성을 더 높게 본다. SNS 안에서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생산적 논의를 한다.
SNS는 정치 과정에서 보면 혁명적 수단이다. 정보를 빠르게, 비용 없이 전할 수 있다. 조직화도 가능하다. 조직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무기가 주어진 셈이다. 안 후보가 당 없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것도 SNS의 힘이다.
◇김 본부장=100% 동의한다. SNS는 모든 이용자가 미디어 에디터가 되어 정보를 전달한다. 방송 시청률, 신문 열독률이 낮아지는 등 미디어 대체 효과를 일으켰다.
경계할 점은 사실이 아닌 정보가 빠르게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팩트 확인이 없는 감성적인 콘텐츠 때문에 일시적이나마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SNS의 에디팅 기능이 같은 사안을 전혀 다른 내용으로 전달하면서 지역 또는 세대간 미디어 양극화를 유발하는 측면도 있다.
◇유 팀장=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로 통칭되지만 플랫폼마다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SNS 가운데서도 정치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트위터다. 상당수가 SNS를 홍보마케팅 수단으로만 여기는데 상당히 제한적인 시각이다.
트위터처럼 데이터 마이닝이 가능한 것은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여론을 분석하고 포함된 좋은 메시지를 활용하는 등 보다 깊은 차원에서 SNS 데이터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문 공동대표=김 본부장 의견에 추가한다면 SNS에도 당연히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콘텐츠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사람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SNS에서는 개개인의 불완전성을 집단지성이 걸러 낸다.
SNS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기존 매스미디어가 더 많은 정보 왜곡을 했다. 주관적 편집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한 왜곡 보도 폐해가 더 크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 SNS의 균형력이다. SNS 덕분에 여론·언론이 보수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을 수 있다. SNS의 진정성을 더 크게 봐야 한다. 사소한 문제는 집단지성을 통해 걸러낼 수 있다는 신뢰와 믿음을 가져야 한다.
◇김 본부장=매스미디어가 오보를 내기도 하지만 적어도 그곳은 `팩트`라는 확신 아래 보도하는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있다. 진보든 보수 언론이든 마찬가지다. 다만 SNS에서는 그러한 갭(차이)이 있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물론 SNS의 집단지성을 인정한다. 순간적인 오판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회=SNS가 진정한 소통채널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얘기해보자. 지적된 대로 SNS가 일방적인 홍보도구로 쓰이면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없다. 소통과 경청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각 후보 캠프는 이를 어떻게 보완하는지 궁금하다.
◇김 본부장=캠프 안팎에서 국민 여론을 잘 듣고, 잘 전달하도록 노력한다. SNS를 한글 자판으로 치면 `눈`이 된다. SNS는 국민 마음을 읽는 눈이고, 소리를 듣는 귀가 돼야 한다. 이것을 제대로 못하면 좋은 정치를 못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유 팀장=후보 계정에 달린 멘션을 분석하고 정리해 캠프 구성원 전체가 보도록 한다. 매일매일 멘션을 보고해 후보에 관해 어떤 얘기가 오가는지를 알린다.
후보의 현장 발언이 SNS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미세하게 분석·보고한다. 우리가 던진 어젠다나 정책에 대한 SNS 여론과 멘션 등을 확인한다.
◇문 공동대표=선거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후보 출마선언 때도 국민과 함께 쓰는 출마선언을 진행했다. 지금도 국민명령 1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당선되면 발표할 대통령령 1호를 국민 제안에서 선택하는 것이다.
SNS 여론을 묻는 것을 모든 선거캠페인의 기본으로 삼는다. 문 후보는 SNS를 선거 캠페인의 50%로 놓았다. 오히려 후보 주변에서 충분히 지원하지 못해서 그렇지 후보는 경청을 중심에 놓고 있다.
◇유 팀장=문 후보가 정당 조직 기반을 갖고 있음에도 SNS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안 후보는 SNS를 활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정을 제안받으면 후보가 찾아가는 `국민이 부르면 철수가 간다` 캠페인 등 다양하게 SNS를 이용한다.
안 후보는 다른 후보에 비해 지역이나 조직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에 SNS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김 본부장=후보 면면을 놓고 보면 박 후보는 과거 싸이월드가 유행했던 때에 다른 정치인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활발한 소통을 했다.
박 후보는 인터넷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안다. 싸이월드는 물론이고 지금 트위터도 직접 이용한다. SNS 소통 의지는 어느 후보 못지 않고, 제일 먼저 시작했다.
다만 캠프 측면에서 후보 SNS 지원이 조금 늦게 시작돼 부족한 면이 있다. 남은 기간 후보 의지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
◇사회=SNS 여론을 살피고 후보와 캠프사이에서 소통하는 중간 역할을 잘 해주고 있는 것 같다. 하나 더 주목해야 할 사안은 SNS를 이용하는 층과 그렇지 않은 층의 온도 차가 크다는 점이다. SNS를 활용하지 않는 층의 여론을 수용하는 노력은 어떤가.
◇김 본부장=미국은 트위터와 페이스북만으로 충분하지만 우리는 이전에 싸이월드가 있었고, 최근엔 카카오톡이 떴다. 트위터가 할 수 있는 메시지 기능도 카카오톡이 다 흡수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이용층은 아무래도 젊은 층이 많지만 카카오톡은 어르신도 많이 하는 편이다. 카카오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여러 차원에서 카카오톡 활용을 고민 중이고, 활용할 계획이다.
◇유 팀장=SNS 이용자가 20~30대, 수도권, 대도시 중심이지만 1000만명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SNS 이용 여부만으로 여론이 다르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일단 1000만명이 하는 얘기니 잘 들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얘기하는 사람 뿐 아니라 뒤에 있는 사람 얘기도 경청해야 한다. SNS에서 정치적 발언을 아주 가끔, 필요한 때만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 여론조사와 SNS 여론을 교차 분석하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민심을 더 잘 읽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문 공동대표=SNS 여론이 전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과잉대표` 측면이 있다. 좋아하는 것만 보고, 끼리끼리하기 때문에 주변을 돌아보면 다 우리편으로 보인다.
반대로 `과소대표`되는 층, 즉 50~70대나 지방 쪽은 기존 정당 조직이나 매스미디어를 통해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
SNS 수단별로도 편차가 있다. 트위터는 정치과잉 상태여서 피로감이 제일 높다. 페이스북은 좀 더 사적이고 폐쇄적이다. 카카오톡은 폐쇄형 모바일 메신저지만 국민 모바일 메신저가 됐다. 중요성이 크고 파급력이 엄청나다. 민주당은 SNS 중요성 순위를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순으로 놓고 일명 `카페트` 전략을 짜고 있다.
◇사회=과거에는 없던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등장하면서 선거법 관련해서도 혼선이 예상된다. 실제 선거 캠페인에서 기존 법제 때문에 겪는 문제가 있나.
◇문 공동대표=본인확인제와 SNS 선거 운동 관련 헌법재판소 판결에 힘입어 많이 해결됐다. SNS라는 이유만으로 선거 운동에서 특별히 발목 잡히는 경우는 없어졌다. 지난 선거에서는 인증샷 조차 불법이었는데 그런 족쇄도 사라졌다. 허위 비방만 아니면 SNS 상에서 지지나 반대 의사도 자유롭게 밝힐 수 있다.
◇유 팀장=SNS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편이다. 한 가지 곤란한 점을 꼽는다면 후보가 참석하는 현장 행사에 많이 참여해달라고 부탁하면 선거법 위반이다.
메시지가 SNS 공간에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괜찮은데 오프라인 모임에 동원되도록 촉구하는 것은 위반이라는 선관위 해석이다. 표현상 어려운 점이 있다.
◇김 본부장=선거법상으로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광고가 금지된다. 인터넷언론사로 등록된 홈페이지에만 인터넷 선거광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페이스북 광고로 엄청난 효과를 누린 것과 다른 상황이다.
과거 SNS가 없었을 때 만들어진 선거법을 갖고 유권해석을 내리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네이버 광고는 되지만 페이스북 광고는 되지 않는 셈이다. 아직은 부족한 면이 있다.
◇사회=앞으로 남은 기간 SNS 전략 측면에서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을 설명해달라.
◇유 팀장=안 후보는 20대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SNS 이용자도 많다. 많은 만큼 더 잘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새로운 무기를 만들기 보다는 기존 채널을 잘 활용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선택과 집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와 메시지다. 인포그래픽이나 감성에 기반하는 등 SNS에서 잘 유통될만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각 채널에 맞는 메시지를 만들어 잘 전파하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고민한다.
◇김 본부장=결국 최고 무기는 진정성이다. 박 후보는 본인이 SNS를 직접 하지 않으면 미안해하는 성격이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가 과제다.
20~30대 유권자들은 박 후보의 정치인생 15년 정도만 기억한다. 그 이상 연령층은 박 후보의 어려운 시절도 알고 있다. SNS 이용자들이 잘 모르는 후보의 면면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문 공동대표=후보와 캠프 특성에 맞게 가야한다. 안 후보는 축구로 치면 메시다. 단독 드리블을 해도 대중을 끌 수 있다.
문 후보는 스타플레이어가 아니다. 조직으로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 축구로 치면 박지성 스타일이다. 당 조직, 의원, 파워트위터리안 등이 팀플레이를 잘 해야 경쟁이 가능하다. 민주당의 SNS 전략은 팀 플레이다.
◇사회=SNS는 소통 측면은 물론이고 정치 학습의 장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은 기간 SNS 공간에서 진정성과 의미 있는 소통을 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주길 부탁한다. 좋은 의견 감사하다.
정리=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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