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4명이 함께 팀을 꾸렸다. 제대로 창업에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멋진 이름도 지었다. `화이트홀(White Hall)`. 블랙홀의 반대말로 물질이 절대 내부로 들어갈 수 없고 내뿜기만 하는 세계다. 멋진 아이디어와 결과물을 쏟아내겠다는 당찬 포부다. 팀 결성 후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아이템은 우산에 씌우는 케이스 개발. 케이스를 씌워 젖은 우산을 가방에 넣고 다닐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제품 개발을 위해 비오는 날 우산 파는 곳을 탐방하며 가격, 인기제품, 소비자 특성 등을 조사했다. 싸고 다양한 재료를 얻기 위해 청계천 상가를 발로 뛰었고 어렵사리 몇 개의 시제품을 완성했다. 팀 결성 전에는 얼굴도 모르던 이들이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얼굴을 맞대고 있다. 이견을 좁히고 서로 이해하며 지금은 각자의 능력을 더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알찬 도움도 받았다.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창업공간과 교육을 제공했다. 디자인 컨설팅기업 SWBK의 이석우 대표는 멘토로 나섰다. 화이트홀에게 이 모든 일이 일어난 시간은 불과 2주 남짓. 단기 창업 프로젝트 `브이위크(V-Week)` 덕분이다.
브이위크는 `벤처위크(Venture week)` 약자로 대학생들이 만든 단기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중심은 전국학생창업네트워크(SSN). SSN은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전국 단위 참가 인원을 모집했다. 8일 기획자 3명의 아이디어 발표와 함께 5개 팀이 구성됐고 15일부터 본격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가 한 팀이다. 이들은 창업 고민을 함께하며 아이디어부터 디자인, 마케팅 전략 수립, 수익모델 그리고 시제품까지 만들어야 한다. 데드라인은 다음달 2일. 2일 5개팀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는 산학협력엑스포 공개 발표로 최종 순위를 가린다.
브이위크는 현장에서 팀을 만나 제한된 시간 내 시제품을 완성하는 `스타트업 위크앤드`나 `스타트업 스프링보드`와 진행 방식은 비슷하지만 프로젝트 기간을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정주형 SSN 팀장(연세대 경제학과 4학년)은 “기존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은 짧게는 하루, 길어야 2~3일로 더 나은 결과를 얻기엔 시간이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며 “충분한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시간 보장으로 강도 높은 창업 체험을 넘어 실제 창업팀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이트홀 팀의 송동민(서울과기대 식품공학과 4학년)군은 “브이위크는 실제 창업과 가장 유사한 환경을 제공한다”며 “브이위크를 통해 창업에 뜻이 있는 동료를 만난 만큼 의미 있는 스타트업으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