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애플지도 오류 사과, 10월 10일 한국서 아이폰5 LTE 주파수 오류로 전파인증 다시 획득, 10월 29일 한국서 아이폰5 3G 주파수 오류로 전파인증 다시 진행, 10월 29일 iOS 총괄 담당 스콧 포스톨 수석 부사장 등 핵심 인력 사임….
스티브 잡스 이후 리더십 리스크 조짐인가. 철저한 품질 관리와 비밀 유지의 대명사였던 애플의 프로페셔널리즘이 흔들린다. 최고의 공급망관리(SCM) 기업인 애플이 아이폰5 공급 차질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iOS6 부실한 지도로 팀 쿡 CEO가 공식 사과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우려됐던 `리더십 리스크`가 곳곳에서 나타나는 양상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잡스의 애플이 비용과 경제성보다 제품 품질에 집착했다면 팀 쿡의 애플은 매출과 경제 논리가 앞선 상황”이라며 “애플이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는 팀 쿡식 경영 색깔이 나타나면서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풀이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와 글로벌 특허 소송을 겪으며 스티브 잡스 시절 구축한 공급처를 바꾼 것도 애플 제품 품질과 공급 변화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애플은 SCM의 표본으로 불린다. 신제품 초기 수요가 엄청나지만 준비된 부품 수급으로 일시에 수천만대의 `아이폰` 신제품을 판매하곤 했다. 그런데 팀 쿡 체제 전환 이후 사실상 첫 야심작인 `아이폰5`는 부품 수급난으로 제때 제품을 팔지 못하는 문제에 봉착했다.
소비자들이 아이폰5를 원하는 시점에 구입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 국가에선 추첨을 통해 제품을 손에 넣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을 비롯해 아직 아이폰5를 내놓지 못한 국가도 많다.
완벽을 추구하던 소프트웨어에도 복병을 만났다. 구글 지도 대신 넣은 애플 지도는 북미를 제외하고 정보가 거의 없어 소비자 분통을 샀다. 팀 쿡 CEO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사과하고 다른 지도를 대체해 쓸 수 있다는 굴욕적인 내용도 올렸다.
한국에선 아이폰5 출시를 위한 전파인증을 두 번이나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롱텀에벌루션(LTE)과 3G 주파수를 잘못 기재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 때문이다. 과거 스티브 잡스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미숙한 일처리다. 강력한 리더십이 사라지면서 조직 최하부에서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고중걸 로아그룹 연구원은 “스티브 잡스 이후 애플은 시가총액을 비롯해 인력이 증가하는 등 기업 규모가 커졌다”며 “팀 쿡 체제로 이동하면서 관리 포인트가 늘어나는 등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