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CIO,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나려면

[기자수첩]CIO,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나려면

`정보기술(IT)을 활용해 혁신을 책임지는 혁신 전문가이자 전략가`.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미화하는 수식어다. 1990년대 후반 이후 IT 중요성이 커지면서 CIO 위상도 동시에 높아졌다. 전산시스템을 유지 보수하던 전산팀장은 임원으로 승진했다. 일부는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혁신을 논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IT 적용 분야가 일반 소비자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CIO가 해야 할 일은 더 많아졌다. 이렇게 CIO의 위상은 계속 높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 언스트앤영이 발표한 `성공하는 CIO의 DNA` 보고서는 씁쓸한 `우리 시대 CIO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기업 CIO 중 최고경영진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경우가 20% 미만이라고 밝혔다. CEO를 비롯한 고위 임원 중 절반이 비즈니스 성과나 도전과제 논의에서 CIO의 참여도가 미미하다고 답했다. 많은 CIO가 기업의 `진정한 동반자`가 되고자 고군분투했지만 실제로 그런 동반자가 된 사례는 많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CIO 직제가 일찍 정착한 해외 상황이 이 정도면 우리나라 CIO 위상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역할은 늘어났는데 위상이 그대로인 이유는 뭘까. 보고서는 CIO가 경영진의 기대 수준을 뛰어넘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IT로 생산성과 가치를 높였는지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CEO와 최고운영책임자(COO), 심지어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적절한 제언과 조언을 해줄 능력을 갖췄는지다.

IT가 아닌 다른 사업 분야에서 `비즈니스 컨설턴트`와 같은 역할을 하기란 쉽지 않다. 경영 관련 학위 이수나 현업 경험, 주요 사업 프로젝트 참여 등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내부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개선이다. 동료 임원의 시각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다른 부서와 협력할 때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부하직원이나 외부 인사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지금보다 더 다양한 사람과 돈독한 관계를 이어나갈 때 CIO는 기술 전문가 이미지를 벗고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난다. 안락과 타성에 젖어 아직도 스스로를 전산실 안에 가둬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대목이다.

안호천 비즈니스IT부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