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솔, 고체고분자 콘덴서 국산화를 이끈다

국내 중소기업이 세계 처음으로 68마이크로패럿(㎌)의 대용량을 구현하는 100V급 고체 고분자 콘덴서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에 의존해왔던 고체 고분자 콘덴서를 국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에너솔 고체고분자 콘덴서<자료:에너솔>
에너솔 고체고분자 콘덴서<자료:에너솔>

콘덴서 전문업체인 에너솔(대표 정해송)은 최근 독자 제조 기술을 응용,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린 정격전력 100V급 고체 고분자 콘덴서 개발에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세계 처음 63V급 제품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고체 고분자 콘덴서는 전기전도성 고분자를 전해질로 사용하는 제품이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알루미늄 전해콘덴서보다 회로 노이즈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고, 저항을 1000배 낮출 수 있어 허용 전류량을 늘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회로를 얇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PC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LED TV, LED 조명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추세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제품은 일본 경쟁사보다 두 배 이상 큰 축전 용량을 구현했다”며 “고체 고분자 콘덴서 국산화의 물꼬를 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미치콘이 개발한 100V급 제품의 축전용량은 10~20㎌에 불과하다.

에너솔은 대량 양산 체제를 구축, 시장을 적극 공략키로 했다. 지난 5월 양산 설비 증설을 완료, 63V급 제품의 생산 능력을 국내 최대 규모인 월 2500만개로 늘렸다. 100V급 제품은 월 200만개의 생산 라인을 확보했다. 내년께 시장 상황에 따라 증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고체 고분자 콘덴서 시장은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미치콘, 후지쯔 등 일본 업체들이 석권하고 있다. 높은 기술 장벽 때문에 시장 진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기술이전을 받은 중국·대만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국내 업체는 에너솔, 삼화콘덴서, 삼영콘덴서 정도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고체 고분자 콘덴서는 융·복합 IT기기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차세대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용어설명

패럿(F)=1F는 1A의 전류가 1초 동안 흐를 때 1V의 전위 변화를 일으키는 정전 용량. 콘덴서의 축전 용량단위로는 마이크로패럿(㎌)이 주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