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부상한 동력 가운데 하나가 국민성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항상 빠르고 새롭게 내놓을 수 있는 역동성이다. 과거 반도체에서 출발한 IT 산업의 저력은 이동통신으로 번졌고 지금 세계 스마트 시장을 선도하는 지위까지 오르게 했다.
하지만 그동안 IT 산업 발전의 궤적을 훑다 보면 공급자 주도형 시장 형성 구조였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가장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군이 자본력을 앞세워 시장을 만들어 내고 그것이 산업 생태계 구조를 태생시키는 방식의 순환 구조였다. 국내 IT 산업의 공급자 주도형 방식은 많은 긍정적 파생 효과와 더불어 부작용도 낳았던 게 사실이다. 이용자가 원하지 않는 비자발적 소비를 유도함으로써 산업 생태계에 균열을 내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스마트 교실` 프로젝트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합리적이고 교육적인 시각이 먼저라는 뜻이다. 최근 극심한 경기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공급자인 통신사업자와 IT서비스 업계, 단말 업계는 2조원대 스마트 교실을 황금 시장으로만 여길지 모른다. 전시 행정을 중시하는 교육 당국이나 공무원, 일선 학교도 구미가 당겨 경쟁적으로 나설 수 있는 프로젝트다.
그러나 교육은 단지 산업적 논리와 홍보성 포장으로 만들어지는 시장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교육적 관점이 먼저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풍부한 교육 콘텐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단말과 통신 네트워크가 아무리 뛰어나도 콘텐츠가 전통적이라면 스마트한 교육 환경은 만들어질 수 없다. 또 교육은 평등이다. 스마트 교실 프로젝트를 시장 논리로만 접근한다면 정보 불평등은 또다시 스마트 시대의 그림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 농어촌과 대도시 구분 없이 누구나 스마트한 공교육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서비스가 대전제다. 이와 함께 과거 교육 정보화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정보보호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는 명제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