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기업가 정신과 기업가 마인드

경제학자 슘페터는 불확실성의 먹구름 속에서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변화를 모색하는 진취적인 자세가 바로 기업가 정신이고 기업인의 덕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생산방법과 상품개발을 기술혁신으로 규정하고, 기술혁신으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에 앞장서는 기업가를 혁신자로 보았다.

이처럼 `기업가 정신`이란 단어는 긍정적인 뜻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이 말이 `기업가 마인드`로 바뀌면 뉘앙스가 달라진다. 기업가 마인드는 긍정적인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조금 비아냥대는 뜻을 담을 수도 있다.

비아냥을 섞었을 때 기업가 마인드는 `지나치게 효율성 위주로 생각하고 단편적인 인식을 가졌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기업가 정신이나 기업가 마인드나 우리말로 하면 똑같은 말인데도 말이다.

18대 대선에서 바람을 불러일으킨 안철수 후보는 기업가 출신이다. 그가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데는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을 시도하는 기업가 정신이 한몫했다.

그런 안 후보가 `기업가 마인드`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국회의원 수를 200명으로 줄이자는 주장 때문이다.

안 후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효율성 논리에 갇혀 투입은 많이 하는데 산출이 시원치 않으니 투입을 줄이자`는 기업가 마인드라고 꼬집는다. 국회 역할을 생각한다면 산출을 늘리는 것을 고민하는 게 맞지 투입을 줄이자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안 후보가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의원 수가 아니라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닫힌 정당 체제다. 현 정당 체제에서는 국회의원 수를 늘리나 줄이나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이 제대로 일하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정치권은 안 후보가 제기한 문제를 단순히 `기업가 마인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권상희 대선팀 차장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