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오라클·MSTR, 국내 클라우드 센터 설립 사실상 무산…국내 시장 수요 기대에 못미쳐

지난해 국내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마이크로스트레티지(MSTR) 등 글로벌 IT업체들이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사실상 백지화했다. 이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투자 계획을 변경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상은 국내 시장 수요를 잘못 판단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우리 정부의 투자 유치 의지가 약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아시아 클라우드 서비스의 허브국가로 부상할 것으로 높여졌던 기대감이 1년새 물거품처럼 꺼져버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MS는 국내 클라우드 센터 설립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했고 오라클과 MSTR 역시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 이들은 우리나라를 아시아 지역 가운데 자연재해로부터 가장 안전하고, IT 네트워크와 통신 인프라 시설을 잘 갖추고 있는데다 대규모 시스템 운영 노하우와 저렴한 전기 요금 등으로 센터 설립 최적지로 꼽았었다.

센터 설립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했던 MS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원 의지 축소 △국내 파트너사와의 의견차 △국내 기업의 데이터센터 수요 부족 등을 이유로 설립 계획을 중단했다.

MS측 관계자는 “지난해 MS 본사 담당자와 방통위 담당자가 여러 차례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협력을 논의해 왔지만 방통위원장 교체 이후부터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결정적으로 데이터센터 구축 적정성 평가에서 한국이 실질적으로 수요가 많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성이 뚜렷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 지원도 불투명해져 센터를 설립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오라클과 MSTR은 센터 설립을 중단한 것은 아니지만 추진 일정 등 뚜렷한 계획이 없는 상태다. 오라클은 지난해 8월 본사 부사장이 방한해 서울 지역 내 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지만 1년 넘게 진척된 내용이 없다. 오히려 최근 전 세계 11개 도시와 국가에서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센터를 준비 중이지만 한국에 설립할지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혀 계획이 변경된 것을 시사했다.

MSTR 역시 한국이 가장 유력한 지역으로 선정돼 국내 협력 업체를 물색해 왔지만 1년 동안 적정한 파트너를 찾지 못했다.

MSTR코리아 측은 “아직 국내 협력업체가 확정되지 않았을 뿐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로 센터 설립 계획이 변경된 것도 아닌 상황”이라며 “본사의 추진 일정이 늦어지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들이 국내 센터 유치를 보류하게 된 가장 큰 배경으로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대했던 데이터 수요 폭증도 없고, 국내 주요 통신사를 비롯해 대기업들은 자체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는 상황이라 일정 규모 이상의 센터 수요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이들 기업들의 행보가 향후 다른 글로벌 IT기업들의 투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S·오라클·MSTR의 국내 클라우드 센터 설립 추진 경과

MS·오라클·MSTR, 국내 클라우드 센터 설립 사실상 무산…국내 시장 수요 기대에 못미쳐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