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쏠림 현상

기술 산업계에서 늘 거론되는 키워드는 `쏠림 현상(Tipping Effect)`이다. 거의 모든 세트와 부품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한 소수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현상이 심화됐다. 수많은 업체들이 경쟁하는 다자간 경쟁 구도는 이제 거의 찾기 힘들다.

올 3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은 전체 시장의 46%를 점유했다. 3위 업체인 리서치인모션(RIM)의 점유율이 4%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두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는 셈이다. 치열한 특허 공방 속에 두 업체의 주도권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PC 시장에서 양강 체제를 구축한 레노버와 HP가 전체 시장의 31%를 차지했다. 스마트폰과 PC 시장이 독과점 시장으로 변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 같은 추이는 반도체 시장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D램 시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강 체제로 급변했다. 2000년대 초 열 곳 이상이 경쟁하던 D램 시장은 미세공정 전환의 중요성이 커지고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위권 업체들이 견디기 힘든 상황으로 치달았다. 선두권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로 기술과 양산 경쟁력을 더욱 키우자 후발 주자들은 손을 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올해 초 파산한 일본 엘피다가 극명한 사례다.

세트와 부품 시장에서 쏠림 현상이 심해지자 각 산업은 중대한 분기점을 맞고 있다. 전동수 삼성전자 사장(메모리사업부장)은 최근 “메모리 산업이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중대한 변곡점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소수의 세트와 부품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이전과는 달리 수급 예측 가능성이 커지고 가격 경쟁보다 새로운 가치 창조가 최우선 과제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누구나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는 몸체가 기울어지는 쪽으로 핸들을 돌리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그전에 넘어질 것 같은 두려움부터 극복해야 한다. 어차피 쏠림 현상 와중에 있다면 더 가속페달을 밟아야 한다. 치열한 고민과 연구개발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찾는 것이 바로 쏠림 현상을 극복하는 페달이다.

양종석 소재부품산업부 차장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