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 카스트의 `선택의 조건`

바스 카스트의 `선택의 조건`

“왜 우리는 부유한데도 행복하지 않을까? 왜 우리는 자유로운데도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할까? 왜 우리는 행복을 찾지 못할까? 혹시 엉뚱한 곳에서 행복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독일 신진 저널리스트인 바스 카스트가 펴낸 `선택의 조건`은 행복의 문제를 파고든 고품격 자기계발서다.

1973년 독일에서 태어난 바스 카스트는 독일 콘스탄츠 대학과 보훔 대학에서 심리학과 생물학을, 미국 MIT 대학에서 마빈 민스키 연구 과정을 공부한 후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진 저널리스트이자 심리학자다.

이 책은 인간이 살면서 추구하는 보편적인 욕구 `행복`을 개인의 `선택`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 물질은 풍요롭지만 마음은 풍요롭지 않은 시대에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에 대해 탐구한 인생보고서이자, 이 시대에 꼭 필요한 `힐링`을 이야기하는 고품격 자기계발서다.

마트에서 선택의 여지없이 마지막 남은 잼 하나를 집어들고 온 사람과 수십 가지의 잼 중에서 하나를 골라들고 온 사람 중 어느 쪽이 더 큰 만족감을 느낄까?

우리는 흔히 선택의 폭이 넓을 때 만족감 역시 더 클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선택의 폭이 적을 때 만족감이 크다고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수많은 자유와 더 큰 가능성이 열려 있는데도 우리가 만족하며 살지 못하는 이유를 발견한다.

바로 많은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많은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은 것은 자유와 편의를 의미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버릴 수밖에 없고 아쉬워하게 될 대안 또한 늘어남을 의미한다. 다양한 대안이 제시될수록 “다른 걸 선택하면 더 행복하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과 의심이 깊어지고, 선택에 대한 확신도 줄어들어 후회와 미련이 커진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연봉이 2500만 원이고 당신의 연봉은 5000만 원인 경우와, 주변 사람들의 연봉이 2억이고 당신의 연봉은 1억인 경우 중 어느 때 더 큰 만족감을 느낄까?

저자는 절대적인 수입보다는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 그들을 능가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꼬집으며,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 편리하고 부유한 사회가 되었음에도 늘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리는 이유에 대해 파헤친다.

돈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라 상대적인 가치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며, 내가 얼마를 가졌느냐의 비교 대상은 항상 다른 누군가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아무리 많은 돈을 갖고 있어도 주변의 친밀한 유대가 주는 절대적인 만족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더 행복해지기 위해 부를 축적하려고 애쓰지만, 돈이 주변 사람들과의 거리를 멀어지게 하고 인간관계를 약화시킨다는 점은 깨닫지 못하며 산다. 성공만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우리가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사실은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기댈 수 있는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발견하게 한다.

왜 우리는 항상 이렇게 바쁘게 움직여야 할까? 왜 우리는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는데도 충분하게 일하지 못했다는 불편한 감정으로 잠자리에 들어야 할까? 왜 우리는 늘 이런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할까?

저자는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일하며 사는데도 늘 스트레스와 불안감에 시달리는 이유도 명쾌하게 제시한다. 익명성을 띠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은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것이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며, 유명해지는 것이다. 결국 이 세 가지 목표 지위, 재산, 명성을 얻기 위해서 고되고 바쁘게 노동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그러는 사이 우리는 스트레스로 인한 만성 정신질환에 시달린다.

하루에도 몇 가지씩 동시다발적으로 일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에만 치중하다보니 주의력결핍 증상이 늘어나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들락거리지 않으면 초조해지는 `도시형 노이로제 환자`가 되어가는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처한 상황을 통해 지금 내가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깨닫게 한다. 인생 화두를 놓고 흔쾌히 결정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마주하게 함과 동시에 행복으로 다가갈 수 있는 요인들을 재발견하게 한다.

저자는 먼저 스스로 포기했거나 놓쳐버린 일들에 대해 직접 실천테스트를 해볼 것을 권한다. 인생에서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데 있어서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러한 행동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깨닫게 해주며, 올바른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적절한 통찰을 내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우리의 삶에서 남들과는 무관한 절대적인 가치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든 무엇을 가졌든 우리 스스로 독립적인 가치관을 가지는 것은 현명한 선택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을 통해 내 인생에 어떤 것을 우선순위로 두는 것이 더 만족스러운지를 끊임없이 질문해 나가라고 충고한다.

끝으로 넘쳐나는 과잉 사회에서 참된 향유가 부족함에서 생긴다는 지혜를 되새길 것을 권한다. `더 적게`가 때로는 `더 많은` 효과를 낸다는 의미를 깨닫고 `현명한 포기`를 통한 `절제의 미덕`을 발휘할 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리=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