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대선]문재인, 명분과 실리 두고 고심 깊어간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일 지도부 총사퇴론이 터져 나오면서 명분과 실리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를 옹호하자니 단일화의 조건으로 꼽히는 정치쇄신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고, 이미 충청권과 호남 지역에서 선거지원에 나선 두 대표를 외면하는 것은 선거구도에 악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 후보가 정치력을 발휘하면서 이번 인적쇄신 국면을 수습할 지, 아니면 `이-박` 투톱 체제의 후퇴를 공식 요구할 지 주목된다.

◇민주당 내부 인적쇄신 or 권력투쟁= 김한길 최고위원은 이날 정치쇄신을 위해 사퇴하면서 `이-박` 투톱의 일선 퇴진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하지만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김한길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민주당의 변화와 쇄신을 실천하지 못한 점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의 쇄신을 거리낌 없이 이끌 수 있도록 현 지도부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용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사실상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동반 사퇴를 요구한 셈이다.

하지만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자료를 내고 “지금은 대선 승리에 전념할 때이다. 내분의 모습을 보일 때가 아니다”고 사퇴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전투 중에는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 문 후보는 안철수 캠프로부터 줄기차게 정치쇄신 압박을 받고 있다. 민주당 개혁과 정치쇄신은 사실상 단일화 작업의 전제조건이 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1일 김한길 최고위원이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면서 사퇴하자, 여론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처리 문제에 쏠렸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현실적으로 고려할 문제도 많기 때문에 시간을 좀 줬으면 좋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번에도 정면돌파 선택하나= 문재인 후보는 그 동안 정치 사안마다 정면돌파를 해 왔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결선투표제를 받아들이고, 지난달 31일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이 제안했던 선거보조금 법안 동시처리 제안을 전격 수용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 후보가 이 사안에 대해 당장 입장을 표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호남지역에서 안철수 후보에 지지율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문 후보가 호남의 상징적 인물인 박지원 대표의 2선 후퇴를 공식 요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문 후보는 “정치혁신, 당의 쇄신이라는 것이 곧바로 지도부의 퇴진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특히 두 분은 사실상 2선 퇴진을 이미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우상호 선대위 공보단장은 이와 관련, “필요없는 권력투쟁이 벌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