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 증권사 , 무더기 담합 적발

각종 채권 매도 가격을 사전 담합한 20개 증권사가 무더기 적발됐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제1종 국민주택채권과 서울도시철도채권, 지방도시철도채권, 지역개발채권, 제2종 국민주택채권(소액채권)의 즉시 매도 가격을 정하기 위해 한국거래소 등에 제출하는 채권 수익률을 사전 합의한 20개 매수전담 증권사에 대해 시정 명령 및 법위반 사실 공표 명령과 함께 과징금 192억원을 부과했다.

각 증권사들의 담합 시도 인터넷 메신저 대화 내용 발췌 <자료: 공정위>
각 증권사들의 담합 시도 인터넷 메신저 대화 내용 발췌 <자료: 공정위>

이들 가운데 삼성증권과 동양종합금융증권,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6개사는 죄질이 불량,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국토해양부가 주로 자동차 등록이나 아파트 등기 시 이뤄지는 소액채권 매매에 따른 국민부담 경감을 위해 지난 2004년부터 채권의 실물발행제를 등록발행제로 전환하면서 당시 5개 매도대행 증권사에게 국고채와 제1종 국민주택채권 간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를 종전 40bp에서 10bp 내외로 축소할 것을 권고하자 증권사들은 담합을 벌였다.

20개 증권사는 자신이 매수할 소액채권 가격을 스스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담합의 유혹이 상존해왔다.

소액채권시장에서의 안정적 수익확보와 매수전담사 지정평가에서의 탈락 방지를 위해 20개 증권사는 한국거래소에 제출할 수익률을 인터넷 메신저 등을 통해 사전에 합의, 동일하게 제출하거나 일정 범위 내에서 제출했다.

이를 위해 매도대행증권사 간 또는 매수전담증권사 간에 매 영업일 오후 3시30분 전후에 인터넷 메신저 대화방에서 제출할 수익률을 합의했다.

담합이 진행되면 이들은 합의된 수익률과 다른 수익률을 제출하는 증권사의 담합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에 제출하는 수익률의 컴퓨터 입력화면을 출력, 팩스로 확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삼성증권에 21억원 등 20개 증권사에 총 192억3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법위반행위 금지 등의 시정명령과 법 위반 사실에 대한 공표명령도 내렸다.

김재신 공정위 카르텔총괄과장은 “대다수 국민들이 아파트를 구입하거나, 자동차를 등록할 때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채권가격 담합행위를 적발하고 시정했다는데 의미가 크다”며 “이번 조치로 채권 의무매입에 따른 국민 부담이 경감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증권사를 포함한 증권업계는 “억울하다”면서도 향후 파장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증시 침체에다 웅진 부도 사태 등으로 가뜩이나 실적이 나빠진 상황에서 벌금형이라도 확정되면 앞으로 3년 동안 신규 사업 진출을 모두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 증권사들의 담합 시도 인터넷 메신저 대화 내용 발췌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