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된 원전 핵심부품이 국내에서 가동 중인 5개 원자력발전소에 공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미검증 부품이 집중 사용된 영광원전 5·6호기에 대해 연말까지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100만㎾급 원전 2기 정지로 다가올 동계피크는 사상 유례없는 전력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5일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003년부터 올해까지 10년동안 8개 원전부품 납품업체가 제출한 품질검증서를 조사한 결과 60건이 위조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원자력발전에 납품된 부품은 237개 품목의 7682개 제품으로 8억2000만원 규모다. 재고 상태를 제외하고 실제 원전에 사용된 미검증품은 136개 품목 5233개 제품으로 확인됐다. 영광 5·6호기에 98.4%가 사용됐으며 영광 3·4호기와 울진 3호기에는 일부 사용됐다. 문제가 된 핵심품목은 퓨즈와 온도 스위치·다이오드·냉각팬 등으로 한수원은 자체적으로 지정한 해외 품질검증기관에서 발급한 인증서를 통해 구매해왔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번 사건이 추가 원전 확충과 월성과 고리 1호기 가동연장 등 원전정책에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고 검찰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관련자 문책에 나설 방침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정부과천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번 미검증 부품 전체를 전면 교체 한다는 원칙하에 조속히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면서 “미검증 부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도 방사능 누출과 같은 원전사고의 위험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는 미검증 부품이 집중 사용된 영광 5·6호기의 가동을 즉시 중단했다. 미검증 부품이 광범위하게 사용돼 전반적인 안전점검이 필요하고 교체작업을 하려면 반드시 원전 가동 정지가 필요한 부품이 다수 있는 점을 고려해서다.
문제는 겨울철 전력수급이다. 지경부는 조석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전력수급비상대책본부를 설치하는 등 고강도 종합대책을 마련해 이달 중순부터 시행할 계획이지만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내년 1월 중순~2월 초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지경부는 이달부터 다음달 전력예비력은 275만~540만㎾로 예상했지만 내년 1월과 2월에는 예비력이 급감해 230만㎾에 불과한 상황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광 5·6호기의 부품교체 난항으로 재가동하지 못하면 예비력은 30만㎾에 불과해 자칫 전력대란이 초래될 수 있다.
홍 장관은 “이번 겨울에는 고강도 동계 전력수급대책을 수립할 수밖에 없으며 산업용은 강제 절약 목표 같은 것을 부여할 예정”이라며 “공공기관 비상발전기 총동원, 수요관리 등을 통해 예비력 400만㎾ 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 민간합동조사단을 구성해 면밀히 조사하는 한편 품질보증관리체계 전반을 철저히 점검해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