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정보기술의 개방성과 기술표준

[ET단상]정보기술의 개방성과 기술표준

1975년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PC)가 개발된 이후, 1981년 IBM이 내놓은 개방형 PC는 사무실뿐 아니라 일반 가정까지 보급되면서 우리 생활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당시 IBM은 PC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 요소를 공개함으로써, 누구나 PC용 주변기기를 생산할 수 있고 관련 소프트웨어도 쉽게 만들 수 있게 했다. 이른바 386세대들은 `IBM PC Compatible`이라는 로고가 붙어 있던 많은 주변기기와 소프트웨어 제품을 기억할 것이다.

또 하나 이와 유사한 사례를 보자. 불과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제품으로 만든 문서는 다른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읽거나 수정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시장의 요구와 경쟁 진영의 문서 포맷 표준화 노력에 힘입어 마크업 언어인 XML 기반의 개방형 포맷으로 국제표준화를 완료함으로써 마이크로소프트 제품 간의 상호 호환성뿐 아니라 다른 소프트웨어, 다른 플랫폼과 상호 호환성도 가능하게 됐다.

현재 10억명에 이르는 세계 모바일 기기 사용자들은 오피스 문서를 안드로이드, iOS 등 다른 플랫폼에서도 자유롭게 읽고 쓸 수 있게 됐고, 이는 스마트 워크라는 업무 방식의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IBM의 개방형 PC 정책과 오피스 문서의 포맷 표준화 사례에서 보듯이 기술표준화를 통한 상호 호환성 확보는 정보기술 산업 발전뿐 아니라 우리 삶의 변화까지도 가능하게 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수많은 표준 전문가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있다.

최근 사회 전반의 화두가 `소통`이라고 한다면, 정보기술 분야 화두는 `개방`과 `공유`다. 개인이나 조직이 정보시스템을 직접 보유하는 대신 외부 서비스를 빌려 쓰는 개방형 공유서비스 시대가 오고 있다. 바꿔 말하면 국제적으로 통용이 가능한 `개방형 표준`이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고, 이를 선도하는 기업이나 국가가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국제적 표준 선도는 기술 개발과 달리 국제표준화를 주도하고 이끌어가는 선구자 역할을 하지만, 단지 홀로 앞서 달려 나가는 독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제적 표준 선도자들은 앞선 표준 개발과 더불어 해당 분야 국가, 기관, 기업과 긴밀한 협업으로 이해 당사자들과 공감대와 생태계 조성을 병행해 실현 가능한 기술 혁신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IT서비스 기업이 주도하는 정보기술 환경에서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국제 기술표준 참여가 필요하다.

이런 변화와 혁신의 시기에 세계 양대 국제 표준화기구(ISO/IEC)가 공동 운영하는 정보기술 국제표준화총회(ISO/IEC JTC 1 총회)가 5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정보기술 국제표준화총회는 창립 25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행사다. 우리나라는 미래 정보기술을 이끌어갈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새로운 표준을 제안하고 국제 협력을 주도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그간 국제표준화 무대에서 영향력과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따라서 이번 행사는 우리나라가 국제 표준화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여정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발자취가 될 것이다. 25주년을 맞이하는 이번 정보기술 국제표준화총회 개최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진일보한 기술표준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진정한 표준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서광현 기술표준원장 khseo@mk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