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네이버에 행정력을 줄 것이 아니라면

[기자수첩]네이버에 행정력을 줄 것이 아니라면

업계 관계자와 대화 중 이런 얘기가 나왔다. “사람들이 네이버를 경찰서나 시청쯤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사기업일 뿐이다. 하지만 국민의 일상에서 네이버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사람들이 네이버에 요구하는 혹은 기대하는 바도 계속 커졌다. 모든 문제를 네이버가 해결해 주기를 바라며 비난을 퍼붓는다는 것이다.

실시간 검색어에 뜬금없이 연예인 이름이라도 오르면 “지금 논란이 되는 이슈에 관한 정권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꼼수”라며 음모론이 펼쳐진다. 정치권은 “검색창에 뜨는 연관 검색어가 우리에게 불리하다”거나 “뉴스 편집이 편향적이다”며 불만이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이런 정보, 광고하는 저런 글을 없애라는 불만도 일상적이다.

일반 네티즌뿐 아니다. 정부 기관도 포털을 사실상 행정 기관으로 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최근 정부는 인터넷 게시글이나 댓글을 놓고 명예훼손이나 허위 사실 유포 등의 시비가 붙을 때 포털이 문제 글을 삭제하는 등 관리와 규제를 하도록 했다.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판결 후속 조치다.

자율 규제를 장려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무엇이 명예훼손이고 무엇이 허위 사실 유포인지와 같은 `사법적` 판단을 포털에 전적으로 맡길 수 있을까.

최근 국내 주요 인터넷 업체들이 영장 없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청에 응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네이버가 경찰이 요청한 네티즌 신상 자료를 제공했다가 소송을 당해 패소한 것이 계기다.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수사 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는) 그 요청을 따를 수 있다`고 애매하게 규정돼 있다.

법원은 이를 `인터넷 업체가 재량으로 제공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 포털의 책임을 물었다. 이 조항을 `사실상 강제`로 받아들여온 포털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포털에 사생활 보호를 주문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떤 때는 자료를 제출하고 어떤 때는 거절할지를 포털이 `알아서 한다`면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개인정보 공개 여부는 법과 절차에 따르는 것이 맞다. 네이버에 행정력을 줄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법원은 네이버를 행정기관으로 본 것일까. 법과 절차를 따르고, 그 사이에 생기는 문제는 시장과 시민의 힘으로 해결하는 자율 규제의 틀을 세워야 할 때다.

한세희 콘텐츠산업부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