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미디어 시대가 열린다] <8>큐레이션 서비스와 비즈니스 기회

강학주 이투커뮤니케이션즈 대표(khj@estorylab.com)

디지털 큐레이션은 단순히 인터넷 정보를 한 곳에 모아 놓은 서비스로 봐서는 안 된다. 시작은 각자 성향에 따라 온라인 정보를 취합하고 공유하는 것에 있지만 `정보를 획득하고 공유하는` 가장 기본적 활동과 사용자 관계를 신뢰하는 사람의 행동 패턴까지 포함해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제공하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인터넷은 정보 공간을 넘어선 생활의 공간이다. 주말 가족여행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데이트,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인터넷은 다양한 활동을 배가해 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인터넷 사용 경험을 확대하고 행동 패턴까지 변화시켰다.

예를 들어 옷을 구매하기 전 행동패턴에서 보듯 인터넷시대 이전에는 직접 시장이나 백화점을 돌아다니거나 TV·라디오·신문 등과 같은 매스미디어에서 정보를 찾았다. 하지만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쇼핑몰이나 검색서비스를 먼저 뒤진다.

구매 후는 어떤가. 옷을 구매한 경험을 공유하거나 나름대로 객관적인 정당성을 얻으려고 혹은 옷에 대한 동의를 구하거나 이야기를 나누고자 온라인 커뮤니티 또는 SNS에 접속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최근에는 쇼핑몰이나 검색서비스로 정보를 찾던 행동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2005년 미국 퓨 인터넷 앤드 아메리칸 라이프 프로젝트(Pew Internet and American Life Project)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검색엔진 이용자 68%는 검색엔진이 공정하고(fair) 편향되지 않은(unbiased) 정보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불과 4년 뒤인 2009년 결과는 달라졌다. AC닐슨 보고서에서는 검색엔진을 신뢰하는 사용자는 35% 미만으로 나타난 반면에 온라인에서 나와 관계된 다른 사람 말을 듣고 물건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사용자가 87%를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기업이 쇼핑몰이나 검색 서비스로 제공하는 정보를 신뢰했던 인터넷 사용자가 이제는 자신과 수평적 관계에 놓인 다른 사용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더 신뢰하게 된 것이다. 지난달 15일에 발표된 시장조사기관 비즈레이트 인사이츠 조사에 따르면 대표적인 큐레이션 서비스 핀터레스트 이용자 69%는 쇼핑을 위해, 70%가량이 무엇을 구매할지 영감을 얻고자 서비스를 사용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디지털 큐레이션이 제공하는 세 가지 비즈니스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정보를 원하는 사용자에게서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정보를 취합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사용자 흥미 또는 성향으로 관계를 확장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단순한 참여를 넘어 협업과 집단지성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특정 주제 콘텐츠를 보유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디지털 큐레이션 개념을 비즈니스에 접목해 볼 것을 권한다. 기업 콘텐츠와 서비스의 신뢰 확보는 물론이고 긴밀한 상호작용으로 관계를 확대하고 고객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