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와 거지는 열 가지 정도 공통점이 있다. 여기 제시하는 교수와 거지의 공통점은 그렇지 않은 예외적인 사례도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다만 재미 삼아 비교해보고 그 재미 속에서 두 가지 분야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의미를 찾았으면 한다.
첫째, 교수와 거지는 출퇴근이 일정하지 않다. 둘째, 교수와 거지는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 그래서 정확한 수입은 본인만 안다. 셋째, 교수와 거지는 항상 뭔가를 들고 다닌다. 거지는 깡통을 들고 다니고 교수는 가방을 들고 다닌다. 넷째, 교수와 거지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살아간다. 교수는 다양한 학생과 청중, 그리고 필요에 따라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갑과 을의 관계로 고객을 만나기도 한다. 거지는 어제와 다른 사람을 만나 구걸을 한다.
다섯째, 교수와 거지는 되기는 어렵지만 일단 되고 나면 밥은 먹고 산다. 교수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거지도 아무나 되지 않는다. 여섯째, 교수와 거지는 일단 되고 나면 전직이 불가능하다. 연구와 강의를 주로 하는 교수가 전공을 살려 창업을 하지만 이론대로 현실로 구현되지 않을 때가 많다. 거지도 업종 전환을 시도하지만 다시 거지로 복귀하는 사례가 많다. 일곱째, 교수와 거지는 입만 가지고 먹고 산다. 교수는 주로 입으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업이며 거지는 입으로 구걸해서 먹을 것을 구하는 업이다.
여덟째, 교수와 거지는 작년에 한 말 또 한다. 교수는 자기 전공 영역이 확연하게 구분돼 있어서 한 번 가르친 내용은 해가 바뀌어도 가급적 그대로 쓸 때가 많다. 거지는 구걸할 때 사용하는 말과 구걸 방식이 이전과 비교해 별다른 게 없다. 아홉째, 교수와 거지는 항상 남에게 얻어먹고만 산다. 둘 다 구걸해서 먹고 산다. 교수는 제자들과 같이 밥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주로 얻어먹는다. 거지도 항상 남에게 구걸해서 얻어먹고 살아간다. 마지막으로 교수와 거지는 접대만 받고 살지 대접할 줄 모른다. 교수가 밥을 살 때는 거의 없다. 거지가 밥을 사거나 남을 대접하는 일은 더욱더 드물다.
지금까지 교수와 거지의 공통점을 열 가지 살펴봤는데 다 그런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현실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