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을 할 것인지 창업 아이템을 정하는 것부터 만만치 않다. 기술개발과 마케팅은 다음 문제다. 고비마다 창업자들은 좌절하기 일쑤다. 정부 지원 시스템이 있어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때가 허다하다.

창업자의 이러한 어려움과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중소기업청은 지난해부터 창업선도대학을 선정해 예비창업자 및 청년 창업자 발굴·양성에 나섰다. 이제 막 창업에 눈을 뜨기 시작한 예비 창업자가 흔들리지 않고 제대로 길을 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사회생활을 해 보지 않은 대학생에게도 기업가정신과 창업정신을 불어넣어줄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역에서 활발하게 창업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창업선도대학을 찾아 활동상 등을 살펴본다.
`꿈이 없는 자 오지도 말라. 끝내 해보겠다는 의욕 없는 자는 오지 말라.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를 믿는 자만 오라`
호서대 학생창업보육센터 건물 외벽에 붙은 문구다. 학교 설립자인 강석규 전 명예총장이 벤처정신을 강조하면서 제시한 교육 이념 중 하나다.
센터 안으로 들어가자 층마다 창업동아리실이 빼곡하다.
세븐슬로스(회장 강경민) 동아리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세 명의 학생들이 애니메이션 개발에 여념이 없다. 1998년 설립된 이 동아리는 호서대가 육성 중인 35개 창업 동아리 중에서도 모범 동아리로 손꼽힌다.
영상·디자인 및 애니메이션을 개발하는 이 동아리는 지난 한 해 동안 거둔 수입만 3000만원에 달한다. 세븐슬로스 역량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용역도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동아리 회원들이 창작한 캐릭터를 비누로 직접 개발해 판매도 한다. 동아리 수준을 넘어서 예비 창업 기업의 면목을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잘나가는 동아리지만 고민도 많다.
강경민 세븐슬로스 회장(애니메이션학과 3학년)은 “아이템을 개발하면서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 잘 몰라 힘들때가 많다”며 “어떻게 만들어야 소비자가 지갑을 열 수 있을지 매번 고민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학교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강 회장은 “학생이 이처럼 좋은 입주 공간을 따로 마련하기는 정말 힘들다”며 “창업 활동에 필요한 공간과 활동비를 학교에서 지원해줘 애니메이션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아리를 둘러봤다.
로볼루션(회장 이진광)은 이 대학 로봇공학과 학생들이 주축이 된 동아리다. 수업과 병행하다 보니 밤에 모여 로봇을 만들다 새벽에 귀가하는 일이 다반사다. 동아리실 바닥에는 이들 손을 거쳐 탄생한 로봇이 즐비하다.
배틀 로봇, 꼬마 로봇, 휴머노이드 격투 로봇에는 모두 동아리실 회원들의 손때가 묻어있다.
이진광 회장(로봇공학과 3학년)은 “창업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무엇보다 창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배우기 위해 동아리에 들어온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졸업 후 회사에 들어가면 조직의 일부분을 경험하지만, 이곳에서는 기업 경영 활동과 관련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민수 호서대 창업지원단 운영지원실 팀장은 “학내 창업 활성화를 위해 동아리별로 입주 시설과 함께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창업활동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서대 창업지원단(단장 전인오)이 충청권 창업 기업 육성 요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창업선도대학으로 선정된 후 충청권 예비 창업자, 청년 창업자 발굴 및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예비 창업자의 신기술 창업 촉진을 위해 사업장, 시설, 장비, 기술, 정보는 물론이고 경영, 재무, 특허, 법률 자문 등을 제공한다.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예비창업자 54팀을 육성해 1년 반 만에 총 300억원 규모의 매출 실적을 달성했다. 특허 출원도 106건이나 창출됐다.
이처럼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창업 지원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신기술창업보육센터를 비롯해 학생창업보육센터, 기술창업육성센터, 창업교육센터 등 다양한 센터를 통해 창업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또 창업학부(창업학전공, 기술경영학전공, 디지털비즈니스전공)를 통해 국제적 기술경영 감각을 갖춘 디지털 CEO 양성에 나서고 있다.
정기창 호서대 창업지원단 부단장은 “전국 최고 수준의 벤처 지원 인프라와 시스템, 지원 노하우가 강점”이라며 “누구든 호서대에 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만족도와 성공도를 높이는 창업 전문 지원 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산=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