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장을 둘러싸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의 골이 깊다. 지속적으로 감소한 PC 시장에서 생존 수단을 확보하려는 중소기업과 기본 수익을 보전하고 해외 진출을 위한 성공사례를 확보하려는 대기업이 한 치의 양보 없는 대립각을 세운다.
중소기업만큼 대기업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대기업은 `대기업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자에 역차별이다` `중소기업보다 질 좋은 제품을 더 싸게 공급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연간 4000억원 규모에 불과한 공공 데스크톱PC 시장에서 대기업이 발을 빼지 않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공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가 매년 일정 규모의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일종의 `방패막이`다.
대기업은 민수 시장 경기가 안 좋을 때 공공 비중을 늘려 사업을 안정화한다. 중소기업은 공공시장에서 매출과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신규 사업 투자 역량을 늘린다. 일부 중소기업은 공공시장 매출이 100%여서 생존에 절대적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선 이들의 갈등이 새 국면을 맞았다. 학교와 관공서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중소 유통사들이 중기간 경쟁제품 선정 반대 의견을 제출한 것이다.
이에 중소 PC 제조사들이 분통을 터뜨린다. 대기업들이 힘없는 중소 유통사들을 이용한 것이 아닌지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중소기업끼리 경쟁하게 만들어 대기업에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공공시장 일부를 대기업에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면 차단보다 일부 허용이 모두의 발전을 위해 좋다는 판단에서다.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더라도 다양한 구매 정책이 있어 실제로 전면 차단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주력 PC 시장이 노트북에 이어 일체형PC로 넘어간다. 중소기업들은 올해 공공 데스크톱PC 시장에서 대기업들이 부쩍 지나치게 가격 경쟁을 부추겼다고 호소한다. 대기업 진입을 전면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 때문에 나온다.
애당초 무리한 영업이 없었다면 서로 배수의 진을 치고 다툴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협력사와 상생뿐만 아니라 건전한 시장 분위기를 형성하는 상생도 필요한 때다.
배옥진 전자산업부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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