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장비 업계에 유일한 희망인 국내 LCD 패널업체 중국 팹 설비 투자마저 발주 물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디스플레이와 유사 업종인 반도체·태양광 설비 투자도 완전히 실종된 가운데 그나마 기대한 중국 내 설비 투자도 저조하자 장비 업계는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쑤저우에 짓고 있는 8세대(2200×2500㎜) LCD 라인용으로 투입 원판 기준 월 5만장 규모의 설비를 연말에 발주하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5월 착공식을 개최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이 라인은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다. 내년 3~4월에는 설비를 들여놓을 계획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초도 물량(페이스1 라인)용 장비를 조만간 발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능력은 월 5만장 정도다. 중국 BOE의 8세대 라인의 생산능력만 해도 월 9만장 수준이라는 점에서 기대 이하 수준이다.
장비 업계는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의 쑤저우 라인 설비 투자에 사활을 걸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해 5월 기공식을 개최했으나 세대(면적)를 변경하면서 공장 건설이 1년 가까이 늦춰졌다. 마침내 우여곡절 끝에 진행한데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장비 발주가 거의 전무한 상황이어서 기대는 더욱 컸다.
그나마 삼성디스플레이는 소량이라도 장비 발주에 나설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공장 발주는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5월 기공식을 개최했으나, 공사는 8월에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광저우 공장은 내년 하반기 완공이 목표로, 일러도 내년 상반기에나 설비 발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삼성과 LG가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투자를 연기해, 디스플레이 업계에 신규 설비 투자는 전멸이나 다름없다. 중국 LCD 라인 투자는 국내 기업들에 유일한 돌파구였던 셈이다. 투자 지역이 중국이라고 해도 기존 협력사들이었던 국내 장비 업체들에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내 설비 투자도 턱없이 모자란 수준으로 드러나자 침울한 모습이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한국 패널업체들의 중국 라인 투자가 가뭄에 최소한의 해갈은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물량이 적거나 예상보다 투자가 늦게 진행돼 장비 업계의 어려움을 풀어주기에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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