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총 4기의 원전 가동이 어려워지면서 석탄·LNG 등 다른 발전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전력사용량이 급증하는 내년 1∼2월의 예상 전력예비력은 100만㎾ 정도로 발전소 중 어느 하나도 멈춰서는 안되는 상황이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7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영광원전 5·6호기 일부 부품에서 품질보증서 위조 사례가 발각되면서 한국수력원자력 이외의 다른 발전회사들도 설비부품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에 드러난 품질보증서 위조 제품 대다수가 퓨즈·다이오드·온도스위치·압력조절기 등 플랜트 설비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부품으로 다른 발전소에도 해당 부품이 사용됐을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이미 일부 발전회사들은 품질보증서 요구 품목에 대한 검수작업에 착수했고 나머지 발전회사들도 부품 실태조사를 검토 중이다.
발전소 불시정지도 발전회사들을 긴장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사회적 관심이 원전에 쏠려있어 크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 그간 원전 이외에 다른 발전소에서도 발전정지 고장은 수시로 있어 왔다. 더욱이 그 고장횟수도 올해 73건으로 지난해 37건보다 두배 가량 늘었다. 여기에 민간발전사 소유의 발전소 고장횟수까지 더하면 총 130여건에 달한다. 국내에 있는 발전소 중 10개 정도는 한달에 한번 크고 작은 발전정지를 일으킨 셈이다.
원전과 함께 국내 전력공급의 기초체력을 담당하고 있는 50만㎾급 이상의 석탄화력발전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각 발전회사들의 코어설비로 관리를 받고 있지만 11월 현재 21건의 발전정지가 있었다.
발전정지가 늘어나는 것은 발전소 피로도 증가가 큰 이유다. 전력공급력 부족으로 대부분의 발전소가 6개월 이상 풀가동해 설비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정비기간은 줄어들고 있다. 발전사들이 연료비를 줄이기 위해 고품위탄과 저품위탄을 섞는 연료혼합도 설비에 무리를 주는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발전설비의 디지털 시스템 업그레이드로 인한 고장도 늘고 있다. 한 발전 협력사 관계자는 “설비 모두를 한번에 디지털 시스템으로 바꾸면 좋지만 시간과 비용적 한계상 단계적인 디지털화를 추진하면서 플랫폼 소프트웨어와 부품과의 호환성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잇달아 발전정지 사고를 일으키는 원전을 포함해 대다수의 발전소들이 디지털 제어장비 고장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제어장비 주요 생산국이 베트남·인도 등 개발도상국가들로 품질이 고르지 못한 점도 문제다.
한 발전소 현장관계자는 발전소에 쓰이는 각 부품별 품질보증서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부품으로 인한 고장을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그는 “발전호 한기에 쓰이는 부품 중 품질보증서를 요구하는 것만 수천개는 된다”며 “이를 현장에서 모두 전수 검사를 할 수 없는 만큼 공인된 인증기관을 통한 철저한 품질보증서 관리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도별 발전소 고장현황(단위: 건)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