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W 표준 계약서` 전면 개정

중소기업이 하도급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SW) 지식재산권을 영업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 대기업의 중소 SW 기술인력 빼가기도 금지된다.

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SW산업 표준 하도급계약서`를 개정·발표했다.

단 한 종뿐이던 표준계약서를 `정보시스템`과 `상용SW`로 구분했다. 이를 `개발`과 `유지관리` 분야로 나눠 총 4종으로 작성했다. 업종과 분야별로 계약 내용에 차이가 있어 특성에 맞도록 표준계약서를 세분했다.

개정 표준계약서에선 수급사업자인 중소기업의 지재권을 강화했다. 기존 하도급계약서는 하도급 계약으로 만든 결과물을 대기업이 가질 뿐만 아니라 그 결과물의 업그레이드, 새 버전 등도 대기업 소유였다. 앞으로 정보시스템 분야에서 지식재산권 소유권을 당사자 협의로 결정하되 소유권 귀속 여부와 관계없이 수급사업자에 복제, 배포, 개작 등 영업적 사용권을 부여한다. 중소기업이 하도급 계약으로 개발한 결과물을 가질 수 없어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개발인력 빼가기도 금지했다. 대기업이 계약기간에 해당 계약과 직접 관련된 업무를 하는 중소기업 인력을 채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표준계약서에 못 박았다. 해당 중소기업이 부도나 파산 등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발생할 때만 예외로 인정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기술정보가 포함된 제안서를 요구하면 비밀유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것만 보장해도 기술유출은 획기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중소기업들은 기대했다.

중소기업이 개발한 SW가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규정도 마련했다. 작업 기간을 작업 범위나 물량을 변경하지 않고 상호 협의로 단축할 수 있도록 하고, 작업 기간 단축을 이유로 하도급 대금을 깎을 수 없도록 했다.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계약 기간을 줄이고 이를 이유로 하도급 대금을 감액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2~3년인 무상 보증기간은 공공발주와 같이 1년 또는 1년 이내로 하도록 했다. 대기업이 상용 SW를 대량으로 구매했다가 철회하면 구매량에 따른 할인율을 고려해 관련 대금을 재산정하도록 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유지관리 직원을 상주하라고 요구하면 해당 인건비 산정을 의무화했다. 유지관리 계약의 과업 범위를 계약하고, 기본 과업 범위를 넘으면 별도 계약을 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개정된 표준 하도급계약서 보급을 장려하기 위해 동반성장 협약평가에서 표준계약서 사용 배점을 현 3점에서 두세 배 높일 계획이다. 공공발주 시 표준계약서 사용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뉴스의 눈

중소 SW업체들은 공정위의 이번 표준 하도급계약서 전면개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수급사업자의 지식재산권을 강화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정보화 프로젝트에 참여한 SW기업들은 지재권을 활용하는 데 한계가 많았다. 관련 조항이 일방적으로 대기업에 유리하게 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SW기업이 보유한 지재권조차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대기업에 귀속되는 예도 있다.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중소기업 인력을 빼가는 것을 금지한 조치도 SW기업들에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해당 중소기업의 SW 개발인력을 채용하는 예가 빈번했다. 중소 SW기업들은 사업 진행 자체가 어려워 대기업의 하도급업체로 전락하게 됐다.

SW 제값 받기 규정 마련과 원사업자의 부당 업무개입 방지 등에 중소 SW기업들의 기대가 크다. 다만, 향후 실효성이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대형 IT서비스기업이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에 유리한 편법이 동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SW기업 대표는 “그동안 여러 차례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없애기 위해 여러 정책이 시행됐지만 효과는 미미했다”며 “정책을 개정해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정책 보완과 감시가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송재영 한국SW전문기업협회 부회장은 “하도급 관련 개정 시행은 그동안 협회가 꾸준히 제기해 온 것”이라며 “정책 실효성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형 IT서비스 업계도 일단은 SW생태계 보호를 위해 좋은 정책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단, 이번 개정 시행을 올바른 하도급 관계를 만드는 데 적용해야지 대기업을 옥죄는 데 활용해선 안 된다는 시각이다. 대형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잘못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조건적으로 대기업이 나쁘다고 보는 태도도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류경동·신혜권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