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와이브로에서 호흡기를 떼지 말라

[기자수첩]와이브로에서 호흡기를 떼지 말라

와이브로가 돌파구를 찾았다. 와이맥스 포럼이 제시한 `와이맥스 어드밴스트` 진화 방식으로 시분할 롱텀에벌루션(LTE-TDD)과 연동하는 방법론이다.

하나의 단말기로 와이브로와 LTE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자가 새 기회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4세대(G) 무선 네트워크인 와이브로는 LTE보다 먼저 상용화됐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너무 앞서가는 바람에 시장에서 고립돼 버리는 `갈라파고스 효과`에 빠졌다고나 할까. 빈약한 정책 가이드라인과 통신사업자의 외면도 한몫했다.

와이브로 개발을 주도한 삼성전자마저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다. 통신사가 노골적으로 와이브로 주파수의 LTE 전환을 운운할 정도로 기로에 섰다.

하지만 와이브로에 사망선고를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쟁은 아직 성급하다. 남아 있는 가능성과 시행착오로 얻은 귀중한 경험마저 포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와이브로 가입자는 1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적지 않은 수다. 대부분 얼리어답터 성향을 띠고 있는 이들은 개인 와이브로 라우터를 들고 다니며 무선 인터넷을 즐긴다.

와이브로는 현재 시점에서 LTE보다 광범위하게 구축된 네트워크로 오히려 공간의 제약은 덜하다.

생태계로 눈을 돌려보면 아직 산업적 가능성도 적지 않다. 와이브로는 국가통합망으로 추진되는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의 후보 기술 가운데 하나다. 이 사업에는 예산이 1조원 이상 투입된다. 제4이동통신 주체들도 와이브로를 활용한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정부 역시 올 상반기 와이브로 육성안을 새롭게 발표하고 세계 무선통신 시장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점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물론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는 안 된다. 현실 가능한 수준에서 단호한 정책 드라이브가 한 번은 더 필요하다.

와이맥스 포럼에서 제시한 로드맵을 놓고 연구개발(R&D)과 통신사업자 등 산업단이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통신시장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누가 기술과 산업에서 노하우를 착실히 쌓았는지가 이후 승패를 결정한다.

초반 탐색전에서 전열이 흐트러졌다고 전쟁을 포기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김시소 통신방송산업부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