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중국 차세대 지도자로 공식 선출되기로 한 날 아침에 `중국은 왜 시진핑을 선택했나`라는 장(chapter)이 실린 책을 받아들면 기분이 묘할 수밖에 없다. 미래에 나올 보고서를 미리 받아든 느낌마저 든다. 중국에 차세대 지도자가 등장한 시점과 맞물려 참으로 시의적절한 책이다.
해외 정치·경제 분야에서 가장 정확하고 심도 있는 정보력을 보유한 것으로 정평이 난 KOTRA를 이끄는 오영호 사장이 직접 펜을 들었다는 점이 반갑다. 산업자원부와 무역협회 시절 부지런히 중국 방방곡곡을 발로 뛰며 대륙의 속살을 깊숙이 들여다본 그다.
그는 시진핑을 한마디로 `중국 권력질서의 균형을 잡은 인물`로 묘사한다. 부총리를 지낸 아버지를 두었고 학생 시절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에 가입했으며, 상하이 당서기를 역임해 타이즈당, 공청단, 상하이방의 중국 3대 계파에 두루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쩌민의 강력한 천거를 받아 정치원로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것도 시진핑의 장점으로 꼽힌다. 대외적으로는 온화한 얼굴과 달리 `할 말은 하는` 이미지로 중국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저자는 “이제 막 13억 중국호의 조타수가 된 시진핑은 시대가 인물을 만든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10년 후 그가 시대를 만든 인물로 재평가받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고 말한다.
저자는 6개 파트로 구성된 이 책에서 5개 파트를 경제 분야에 할애할 정도로 중국 경제를 심도 있게 분석했다. 물론 우리 경제와의 관계를 중심에 뒀다. `책을 펴내며`에서 “실사구시적 관점에서 양국 교역 분야별로 대두되는 문제점을 정리하고 분석했다”면서 “우리나라 무역, 산업정책 분야 실무자들과 기업들에 유익한 안내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식 경제모델에서 내륙도시, 차이테크(China-Tech), 문화 소프트파워, 미래 중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중국 경제를 해부했다.
중국 경제에 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자료로 구성된 이 책은 `중국 경제의 종합 안내서`라 부를 만하다. 국문과 영문, 중문, 일어 등으로 된 참고문헌만 60개가 넘는다. 저자의 글로벌 경제를 대하는 깊은 통찰력이 더해져 쉬우면서도 유익하게 읽힌다.
저자가 산업자원부 차관보 시절 중국 상무부 사람들과 축구를 한 인연이 소개돼 있는데 이 같은 소소한 에피소드가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
오영호 지음. 메디치 펴냄. 1만6000원.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