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면서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게 인지상정이다. 지금까지 청정식품 쪽에서는 싼 게 비지떡이었다.
30대 초반 청년이 좋은 먹거리를 싸게 팔겠다는 당돌한 도전을 시작했다. 이준하 한비프 대표는 지난해 농촌을 떠돌았다. 육류 가공공장을 찾아다니고 소 농가에 들렀다.
![이준하 한비프 대표](https://img.etnews.com/photonews/1211/352588_20121108162442_036_0001.jpg)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99학번인 그는 2009년까지 경영컨설팅 회사 아서더리틀을 거쳐 기업 인수합병(M&A) 전문 사모펀드(PEF)에서 일하던 전형적인 화이트칼라 직장인이었다. 농촌으로 내려간 이유로 “한우 유통시장이 워낙 복잡하고 체계가 안 잡혀 해결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디에 가서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도 알기 힘든 게 이 쪽 분야”라며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농가든 유통가든 대부분 이들을 못미더워하고 만나지도 않으려고 했다. 어렵사리 항생제를 넣지 않고 식물성 총체보리 사료만 먹인 소를 발굴했다. 깨끗하고 200g씩 포장이 가능한 가공공장도 찾아냈다. 전북 김제 `전북한우협동조합` 소속 농가를 설득해 한우를 공급받기로 했다.
이 대표는 “사료 값에도 못 미치는 소 값 때문에 시름하던 농민에게 소 값을 올려 받아 수익을 확보해주고 일반 가정에는 마트보다 더 싸게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우시장·중간상인·도축·경매·가공·판매까지 일괄 처리해서 유통 마진을 줄였기 때문이다. 포장 봉지에는 청정가공을 인증하는 해썹(HACCP) 마크도 표시하고 조리방법을 적었다.
4월부터 한우 전문 배달서비스 `한비프` 사업을 시작했다. 빨간색 한비프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은 토요일마다 고객 집까지 직접 소고기를 배달한다. 7월 홈페이지를 열고 일반 마케팅을 시작했다. 1주일씩 숙성된 최고 품질 소고기를 찾는 사람이 점점 늘어갔다. 회원 수는 2000명까지 늘었고 한 주에 50가구가량이 한비프를 이용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 안에 손익분계점(BEP)을 넘길 수 있다.
한비프는 지주회사 이시스의 자회사. 이시스에는 `커피더맨` `티퍼센트`라는 브랜드가 또 있다. 아서더리틀에서 함께 일했던 이준하, 육현진 공동창업자는 사업모델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회사를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이시스에서 경영지원 업무를 공동으로 해결하고 자회사를 각각 맡아 운영하는 방식이다. 2010년 설립했으니 대표적인 기획형 인큐베이터 `패스트트랙아시아`보다 1년 빨랐던 셈이다. 커피더맨은 중소 커피전문점에 정기적으로 원두를 공급하는 회사고 티퍼센트는 잔 뚜껑에 차 티백을 붙여 만든 티폴더 제조사다. 티폴더는 아모레퍼시픽에서 운영하는 오설록 카페에 납품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학 때부터 무슨 일을 할 때 제일 행복할까 고민하면서 사업을 꿈꿨다”며 “목표는 함께 일하는 직원이 즐겁게 일하고 경제적으로 쪼들리지 않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비프 현황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