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시설물 등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비상발전기 중 전력비상시 실제로 가동이 가능한 것은 3%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당국은 잇따른 원자력발전 정지에 따라 긴급 전력수급 대책으로 비상발전기 활용을 검토하지만 동원할 발전기가 극히 일부에 불과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11일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각 건물에 설치한 비상용 자가발전기는 총 6만2000여대, 설비규모로는 2만㎿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전 20기에 이르는 용량이지만 비상시 실제 동원 자원으로 고려하는 1000㎾ 이상 비상발전기(6000㎿) 가운데 가동여력이 있는 것은 600㎿ 수준에 불과했다. 전체 비상발전기로 따지면 3%다. 전력 동원자원으로 의미가 있는 1000㎾급 비상발전기로 범위를 국한해도 10%의 설비만 건물주들이 가동의사를 보인 셈이다.
600㎿의 설비용량은 대용량 석탄화력발전소 1기보다 많은 양이다. 겨울철 전력수급에 상당한 보탬이 될 수 있지만, 모두 가동할 때나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비상발전기는 안전을 고려해 설비용량의 60% 안팎에서 부하를 연결한다. 이를 감안하면 동원 가능 전력은 더 떨어진다. 비상발전기 소유주가 실제로 설비를 가동할지도 변수다.
비상발전기의 가동 참여율이 낮은 것은 발전기 가동 중 엔진정지와 같은 고장과 함께 일시정전 및 높은 비용 등을 이유로 소유주가 가동을 꺼리기 때문이다. 대형 시설물은 소방법에 따라 비상발전기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운전 여부는 건물 소유주의 자체 판단에 맡겼다.
결국 대부분의 비상발전기가 형식적으로 설치됐다. 엔진 내부에 불순물이 쌓여 필요할 때 작동을 못하는 일도 발생한다. 연료탱크 용량도 제한적이다. 장시간 가동할 설비가 많지 않다.
비상발전기 가동 시 일시정전이 발생하는 것도 부담이다. 제조업계는 일시정전이 제품 품질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비상발전기 가동을 더 꺼린다. 무정전절체설비(CTTS)를 설치하면 정전 없이 비상발전기 가동이 가능하지만 1000㎾급 발전기 기준 약 1억원의 비용이 들어 부담이다.
서울의 한 A빌딩 발전기 관리 담당자는 “여러 회사가 입주해 비상발전기 가동에 따른 일시정전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CTTS를 설치하면 정전도 없고 빌딩 전체 전력피크도 낮춰서 요금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단기적인 설치비용 지출과 연료비에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력당국은 올 초 주요 비상발전기에 CTTS를 설치해 비상시 전력공급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비용과다 문제로 관련 계획을 취소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비상발전기 활용을 위해 추가설비 설치 지원 사업을 벌이는 것은 설치비뿐만 아니라 연료변동비 지원, 향후 전력공급량이 정상궤도를 찾았을 때의 매몰비용까지 감안해야 한다”며 “비상발전기 중 동원할 수 있는 설비가 한계는 있겠지만 지난겨울과 같이 절전규제 등으로 비상발전기 운전을 좀 더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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