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성공한 지스타, 초라해진 대구시

[기자수첩]성공한 지스타, 초라해진 대구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부산 국제 게임쇼 `지스타`를 바라보는 대구시의 심정이 착잡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새다.

부산이 지난 2010년 2회 지스타를 개최했을 때만 해도 대구는 이듬해 행사 유치에 자신감이 없지는 않았다. 당시 게임기업 수나 게임시장 규모에서 대구가 부산보다 앞섰기 때문이다.

지역 여론도 지스타를 `PK(부산·경남)가 수성할 것인지 TK(대구·경북)가 유치할 것인지`에 관심을 쏟았다. 그만큼 두 지역 지스타 유치 역량이 비슷했다는 얘기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전세는 완전히 부산 쪽으로 기울었다. 올해 지스타는 3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1억4800만달러에 이르는 수출계약도 성사시켰다. 참가업체 수도 2009년 처음 개최했을 때보다 여섯 배 이상 늘었다. 한마디로 `대박` 났다.

지스타 성공 비결은 부산시의 전폭적인 예산 및 행정 지원과 부산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덕분이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지스타를 아예 부산에서 영구 개최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그럼에도 문화체육관광부와 주관사인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향후 2년간 열릴 지스타 개최지를 공모하기로 했다. 지스타 유치를 희망하는 다른 지자체 반발을 의식한 조치다. 개최 기간도 한 번 선정되면 2년간 내리 개최하던 것에서 4년간으로 더 늘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버겁긴 하지만 대구시에서 보면 재공모가 지스타를 가져올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그런데 훌쩍 성장한 지스타를 바라보는 대구시는 행사 유치에 소극적이다.

대구시는 지스타를 유치하더라도 행사를 치를 공간이 부족하고 부산시만큼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 점을 공공연히 이야기한다. 공모에는 재도전하겠지만 “되지도 않을 텐데 적극 나서야 하나”라는 소극적인 자세가 느껴진다.

대구시 문화산업과 한 관계자는 “올해 부산 지스타는 투자 대비 성과가 크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글로벌 게임 전시회로 성장한 지스타를 평가절하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이다.

대구시가 지역 게임산업을 키우겠다는 애정이 있다면 지스타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주도면밀하게 준비한다면 못 딸 것도 없지 않겠나.

정재훈 전국취재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