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지역을 비공개로 전환한 것은 통신업계에 혁명적인 조치로 꼽힌다. 그간 예상 답안을 중심으로 테스트를 준비해오던 관행이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평가 신뢰도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방통위 평가는 평가지역을 3~4배수로 미리 공개하면서 신뢰성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통신 3사가 98% 이상의 통화성공률을 보이면서 변별력 없는 평가에 무용론도 제기됐다. 평가의 변별력이 커지면서 통신사가 더욱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의의 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평가방식 획기적 개선
지난해 이동통신 3사의 음성통화 통화성공률을 98.5%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각 사업자 간 차이도 미미했다. 우리나라 통신서비스 품질이 높은 것도 있지만, 평가지역 사전 예고제 등을 통해 통신사업자가 평가를 준비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방통위는 평가결과 개선이 필요한 지역과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618개를 평가대상으로 예고하고, 이 중 163개에서 실제로 측정했다.
하지만 방통위 계획대로 올해부터 평가지역을 비공개하면 실질적인 품질 차이를 가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3300여개 읍·면·동 전부가 잠정 평가대상이다. 사업자가 평가를 위해 사전 준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평가 대상지역에 임시로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등의 부작용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철순 방통위 이용자보호과장은 “테스트 대상지역을 사전에 예고한 취지는 취약지역 등을 몇 배수로 알려주고, 자체적인 품질개선을 전략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었고, 일각에서 문제 제기도 있어 새 방식으로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올해 평가에서 사업자들이 지역을 예상할 수 있지만, 예년처럼 특정 지역에 대해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전체적인 추가 투자가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업자 `노심초사`
방통위는 연말까지 시범측정과 본측정을 마치고, 내년 초 결과 분석 작업을 한다. 롱텀에벌루션(LTE) 평가는 스마트폰으로 3G망 음성통화 품질과 데이터 품질을 별도로 측정한다. 평가 대상지역과 수는 비공개지만, 300~400곳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LTE 음성통화(VoLTE)는 아직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3사 간 연동도 되지 않아 이번에 조사하지 않는다.
사업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무엇보다 처음 실시하는 LTE 평가가 핵심이다. 그동안 통신사마다 자사 LTE 품질 우수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신뢰성 있는 평가결과가 없어 소비자는 혼란을 겪어왔다. 방통위가 첫 평가결과를 발표하면 향후 LTE 가입자 유치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통신사업자 관계자는 “첫 LTE 평가라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면서 “전국망은 이미 갖췄고 현재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최적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가지역 비공개와 대상지역 확대도 비상이다. 다른 통신사업자 관계자는 “지난해 평가대상을 사전 예고했을 때도 실제 측정지역의 몇 배수라 맞춰 준비하기 쉽지 않았다”면서 “올해는 아예 비공개라 특정 지역에서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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