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융합 미래 정책 방향 좌담회]

“투명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이 눈앞에 펼쳐지고, 손수건으로 연주하고 통신하는 디지털의 미래.”

최근 열린 IT융합아이디어 캠프에서 대상을 받은 대한민국의 미래상이다. 정부가 그리고 있는 IT융합의 미래상에는 환경변화에 최적화돼 변하는 `트랜스포머 빌딩`과 빨래하는 가사도우미 로봇, 재난재해에 안전한 `융합 벙커` 등이 제시됐다. 큰 그림은 그려놓은 셈이다. 이를 어떻게 실현하고 확산시킬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지식경제부와 전자신문은 융합IT가 펼칠 미래에 대한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행사 주관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맡았다.

[IT융합 미래 정책 방향 좌담회]

참석자

박일준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

안미정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융합신산업MD

양인석 현대자동차 상무

우승민 한양대 전자시스템공학부 학생

정명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융합기술미래기술연구부장

조동호 KAIST ICC 부총장

※사회= 박희범 전자신문 전국취재팀장

-사회(박희범 전자신문 전국취재팀장)=지난 4년간 이루어진 IT융합 추진 성과를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보따리를 풀어보자. 융합추세에서 IT는 설자리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융합이 대세인 요즘 IT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나.

◇정명애(ETRI 융합기술미래기술연구부장)=최근 IT는 내재화, 지능화, 네트워크화되면서 다른 부문, 다른 산업과 융합의 모습으로 구현되고 있다. 잘 드러나지 않기에 IT 자체로 보면 IT가 따로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을 IT서비스화로 정의할 수 있다고 본다. 3차 서비스 산업에 빗대 `4차 산업`이라고 일컫는 것에 동의한다.

IT를 통한 4차 산업화가 곧 융합의 모습이 아니겠나. 앞으로 IT가 가야 할 길은 IT가 없는 것이 아니라, IT라는 키워드는 키워드대로 잘 키워주고 다른 한편에서는 내재화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융합IT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안미정(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융합신산업MD)=세계적으로 IT시장은 2000년을 기점으로 한 자릿수 성장률에 진입했지만, 융합IT나 IT를 근간으로 하는 산업 성장률은 오히려 10% 이상 증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융합IT의 발전은 IT만의 발전이 아니라 융합되는 산업과 함께 발전해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융합IT의 도입기에는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보조적인 수단으로 IT를 활용해왔으나, 지금은 융합IT의 확산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IT와 비IT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기름으로 움직였던 자동차가 이제는 소프트웨어로 움직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미래의 자동차는 IT제품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이러한 예를 볼 때 기존 주력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IT산업은 더욱 고도화될 수 있을 것이다.

◇박일준(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드러나지만 않았을 뿐이지 IT가 없는 분야는 없다.사실 융합부문을 잘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IT는 자체적으로 발전하지 못하면 융합으로도 못 간다. 기술력을 가지고 잘해야 성과도 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 분야 등 제조업에 강점을 갖고 있는데, 제조업 분야가 IT와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주력산업+IT가 되면서 상대적으로 IT하는 사람들이 박탈감을 가질 수도 있지만, 그건 시대정신의 흐름으로 봐야 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보면 IT의 영역이 넓어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사회=IT융합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도 많이 한다. 어떻게 바뀌고 있다고 보나.

◇안미정=IT에 의한 융합이 다른 융합분야보다 앞서 나가는 것은 우리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융합IT에서 자동차나 조선 등 우리가 열심히 했던 주력산업과 연계해 고부가가치화하는 것이 하나의 큰 축이었다면 이제는 글로벌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고령화나 저출산 등 사회적,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는 먹거리, 교육, 헬스케어의 분야에서 융합IT의 역할이 기대된다. 특히, 의료 기술의 발달에 따라 융합IT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첨병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스마트 기기의 광범위한 보급에 의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도 더욱 확산될 것이다.

향후 융합IT는 기술과 기술, 산업과 산업을 넘어 인문과 예술, 디자인 등 소프트한 감성적인 측면까지 접목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동호 KAIST ICC 부총장=그동안 IT가 융합을 통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은 것은 사실이다. 스마트폰만 해도 재료도 바뀌어야 하고, 통신은 이제 일부분이 되었고, 지금은 컴퓨팅 파워와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중심이 됐다. 서비스를 위해서는 또 다양한 SW가 개발되어야 한다. 스마트폰이 대세를 이루면서 멀티코어 시스템 칩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주력산업은 융합IT를 통해서 융합신산업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태동한 지식서비스 산업 외에 에너지 수송 시스템 분야와 바이오 의료 분야에서 창의 혁신을 통해서 신융합 산업이 태동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회=정부의 융합IT 정책의 성과를 무엇으로 볼 수 있나.

◇박일준=정부는 IT본연의 육성 정책과 함께 융합을 가속화하는 노력을 해왔다. IT 융합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민간이 더 관심 더 갖도록 노력했다. 실질적으로 성과를 보면 하드웨어 기술력과 SW 콘텐츠가 결합해 나타난 대표적 융합 상품인 스마트폰은 `12년 상반기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이 세계1위이며, 3D TV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다. 다른 산업과 융합하는 분야에서도 성과가 나고 있다. 선박에 첨단 통신기술이 접목된 스마트선박(SAN)등을 탑재한 선박의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선박에 들어간 IT기기 비용은 10만달러 정도지만, 선박 전체는 몇 억달러다. 결국 새로운 IT융합 제품과 기술이 경쟁력의 원천으로 인정받는 것 아닌가. 조선분야에서 시급한 것은 중국의 맹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현대차도 중소 IT기업과 협력해 차량 IT제품을 양산하였고, 항공부문에서도 핵심기술에 국산 SW를 탑재한 T-50 항공기를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 있다. 지난해 IT관련 기업들이 매출은 40%, R&D는 70% 이상 늘었다. 고용도 증가했다. 현대중공업을 예로 들면, 융합관련 인력이 몇 년 전 10여명에서 지금은 약 100여명으로 늘었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사회=외국에서의 융합 사례와 방향은 어떤가.

◇조동호=우리는 이제 융합 연구 개발 붐을 형성하고 있고, 선진국은 수요에 맞춰 새로운 융합산업이 많이 태어났다고 보는 게 맞다. 이제 우리는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불확실한 앞을 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 앞에 뛰는 사람이 없다고 보면 된다. 맨 앞에서 뛰다보니 위험부담이 크다. 정부가 연구개발 제도와 시스템을 잘 만들어서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및 사업을 잘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명애=도메인 날리지(타 산업 이해도)를 갖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융합은 사람을 모아놓고 한자리에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의 융합IT의 관건이다, 지경부의 IT 명품대학과 인재양성사업, 마이스터고 육성사업 등이 그런 취지인 것으로 아는데, 사람을 모아 자동차 지식 습득이나 의료 지식 습득을 위한 장 등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

-사회=산업적인 측면에서 융합화가 어디까지 갔고, 어디로 가고 있나. 자동차 사례로 설명해도 좋다.

◇양인석(현대자동차 상무)=산업 간 융합이 기업입장에서 보면 절대 쉬운 것이 아니다. 각각의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 못한다. 예를 들면, 자동차는 라이프 사이클이 제품 개발 들어가면 2.5~3년 걸리는 데 IT는 6개월마다 신모델이 나온다. 문제는 소비자 눈높이가 그런 IT제품에 맞춰져 있어, 항공이나 자동차, 조선 등 라이프사이클이 긴 제품들이 이에 맞춰 따라 가려면 `뱁새가 황새 따라 가는 격`이다. 산업 간 인터페이스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그게 큰 문제다.

부수적인 경쟁력이 본업 경쟁력을 잡아먹는 시대가 됐다. 스마트폰을 봐라. 통신기능보다는 부수적인 기능인 콘텐츠 등으로 승부를 거는 시대가 됐다.

과거엔 자동차도 엔진성능과 디자인 등을 잘 만드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었지만, 이제는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 카 시트 등 부수적인 부분도 주요 경쟁력으로 대두되고 있다. 모든 제품들이 혼란 속에 있기에 정부가 제도 개선이나 인터페이스 정리, 인력양성 등을 적극 지원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단, 정부는 직접지원보다는 자생적으로 운용되도록 하는 생태계 등을 지원해야 한다.

-사회=우리나라 먹거리를 어디서 어떻게 창출해야 할까. IT 확산을 위해 필요한 추진 과제는 어떤 게 있나.

◇정명애=ITS, 즉 서비스화, 네트워크와 빅데이터 등이 연결돼 있는 컴퓨팅의 서비스화가 앞으로의 먹거리가 될 것이다. 실생활에 들어온 미래생활 IT 등 주변 서비스 계통이 신산업 먹거리가 될 것이다. 또 웰니스 산업이라든가 빅데이터를 이용한 안전이라든가 보호, 치안, 최근 와서 성범죄 등이 많이 발생하는데 그런 문제를 해결할 문제 해결형 IT로 갈 것이다.

◇양인석=농사를 예를 들어 보겠다. 정부가 농촌에 엄청난 예산을 투자하지만 표시가 잘 안 난다. 농사가 제대로 산업화되지 못해서 그렇다. 농사를 농업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잘 되지 않는 것은 제대로 비즈니스화하지 못하고 정부가 보호하기 때문이다. 과잉보호가 오히려 농업의 성장 장애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농업에 IT를 다양하게 접목시킨다면 엄청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많은 변화 있는 일이 일어난다. 직장인들이 은퇴한 뒤 농촌에 가서 비즈니스화하는 꿈을 꿔도 될 것이다. 일자리뿐 아니라 식량안보와 친환경 문제의 해법 등도 될 것이다.

-사회=학생의 시각으로 본 융합IT의 미래는 어떨까.

◇우승민 한양대 전자시스템공학부 학생=차세대 휴대폰은 들고 다닐 필요가 없을 것이다. 현행 스마트폰의 문제점은 크기를 조절할 수 없는 것이다. 갤럭시 노트는 DMB 시청하기는 좋으나 휴대성이 떨어진다. 그런 디스플레이를 허공에서 구현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아직 없다. 무형에 가까운 투명 디스플레이가 차세대 휴대폰에서 구현될 것으로 본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이용하면 크기 조절 스마트폰이 향후 나올 것이다.

-구체적으로 가보자. 융합IT R&D체제 개편을 어떻게 해야 할까.

◇박일준=상용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융합IT R&D체제를 개편하고 국민 참여형 창의 융합IT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기존 10대 분야에서 산업발전 및 융합효과가 큰 자동차나 조선, 섬유, 항공, 국방 등 5대 분야를 대상으로 선택과 집중전략에 따른 지원을 펴나갈 것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개별 IT를 기반으로 창의 혁신적 개념 및 기능의 융합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건강하고 안전하고 편리한 삶 추구 등 국민의 미래생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삶의 질 제고형 융합IT 서비스를 창출하는 데 정책적인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게 하면 세계를 선도할 신제품이나 신기술이 창출되지 않겠나.

-사회=융합시대 표준화 및 특허관리는.

◇안미정=국제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많은 역할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판단되며, 정부 차원에서도 실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지원을 하고 있다.

특허 문제는 삼성-애플의 문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글로벌 시장의 선점을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다. IT융합 분야에서는 IT융합 모델의 BM 특허 등 새로운 형태의 융합기술이 등장하여 특허를 창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며, 이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다.

◇양인석=글로벌 시대 국제 표준화 주도는 산업계에서도 어렵다. 현대차도 글로벌 표준을 직접 주도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국제기구 등에 참여하고 있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 오는 게 중요하다. 특허는 차 업계가 통상 회피설계를 하는 것이 극복방안이었는데, 북미시장은 내비게이션이나 텔레매틱스, 모바일 인터페이스 등 융합IT 분야는 회피설계가 쉽지 않다. 삼성은 애플 등과 바꿀 것이라도 있지만, 자동차업계에선 IT업계와 바꿀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대처방안이라면 특허를 취득할 수 있는 것은 적극 확보해야 하고 주요 IT업계와의 제휴를 통한 회피방안이나 범국가적으로 대처하는 것도 방안이 될수 있을 것이다.

-사회=관련 법, 제도관련해서 개선할 것이 있나.

◇조동호=기술개발에 1년 걸렸다면 법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서 상용화에 2~3년이 걸릴 수 있다. 세계적으로 선도하는 연구를 할 경우, 인증 기준과 표준 등을 우리가 모두 만들면서 나가야 한다. 사실 표준보다 인증은 안전 때문에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세계 최초로 제품을 개발하면 세계 인증 규격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시뮬레이션, 실험, 측정 등을 실행하면서 인증 규격을 제정하고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하므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큰 비용이 발생한다. 시범사업은 관행적으로 인증을 받지 못하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신상품이 나왔을 때 인증이 함께 해결되어야 한다. 그런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박일준=융합이야말로 시대정신이다. 새로운 것을 잘해야 퍼스트 무버가 된다. 융합IT가 성공적으로 확산되면 기존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새로운 서비스 시장이 활성화돼 2017년까지 46조원 규모의 생산과 23만명의 고용이 신규로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T융합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IT분야만으로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소관 부처 주도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R&D 현장적용, 사업화 연계를 위한 민관 소통 및 협력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지경부에선 IT융합혁신센터의 기능을 확산·강화해 공통의 기술개발과 협력 네트워크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명확히 분담해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해 나갈 것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