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달 후면 한화투자증권 차세대 시스템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단순한 주문체결속도 향상뿐만 아니라 신속한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기능이 대거 포함됩니다. 고객과 함께 성장한다는 회사 경영이념을 뒷받침하는 게 차세대 시스템 개발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https://img.etnews.com/photonews/1211/354830_20121116141110_048_0001.jpg)
요즘 한화투자증권(옛 한화증권) 최고정보책임자(CIO)인 정태순 상무의 관심사는 온통 차세대 프로젝트에 쏠려 있다. 지난 5월 닻을 올린 이번 프로젝트는 총 350억원을 투자해 내년 9월까지 18개월 동안 추진된다. 1999년 원장이관 이후 한화증권이 추진하는 최대 규모 IT 프로젝트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 임하는 정 상무의 마음가짐도 어느 때보다 비장하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금융상품 멀티플렉스, 영업 밀착형 지원체계, 채권명가시스템, 사용자 중심 환경 구성 등 기존 시스템엔 없던 기능과 개념이 새롭게 추가된다. 금융상품 멀티플렉스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원스톱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이다. 고객 요구에 맞는 상품을 추천할 수 있고 고객 밀착형 마케팅이 가능하다.
채권명가시스템은 채권과 연관된 상품별 정보를 통합해 포지션·손익·실적·한도·연계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게 목적이다. 변종채권 등 신상품 도입을 위해 채권·상품·통화(FICC) 딜러와 영업 담당자에게 최적의 정보와 관리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스템 측면에서는 리눅스와 메모리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IT시스템 내부에서 소요되는 주문체결 시간을 10배 이상 단축할 계획이다. 20밀리초가 걸리던 주문이라면 2밀리초 이내로 주문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타사 최고속도 대비 3.5배 이상 빠른 속도가 예상된다. 이미 파일롯 프로젝트로 검증을 끝마쳤다.
이번 사업은 지난 9월 합병을 완료한 푸르덴셜투자증권 업무 프로세스를 새로운 시스템에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사업 범위도 방대하다. 이미 올 초부터 8개월간 프로젝트를 통해 양사 시스템 통합은 마무리된 상태다. 하지만 `화학적 통합`은 차세대 시스템을 통해 비로소 완료된다.
한화투자증권은 당초 양사 시스템 통합과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내년 9월까지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합병 이후 차세대 시스템 가동 전까지 두 개 시스템이 공존할 경우 여러 어려움이 예상됐다. 운영비용도 많이 들고 고객 데이터를 이중으로 관리하는 데 따른 관리·보안상 문제가 지적됐다.
정 상무는 “실제 영업현장에서 직원들이 맞닥뜨릴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사 시스템 통합을 먼저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며 “올해 초 통합에 착수해 9월 3일 합병에 맞춰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시스템 통합은 양사 계좌 속성과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었다. 상당수 고객이 온라인 거래를 이용하기 때문에 업무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주요 도전사항 중 하나였다.
양사 시스템 중 어느 시스템을 중심으로 통합을 추진하느냐도 논점으로 떠올랐다. 한화증권은 1999년 원장이관 당시 시스템을 사용했지만 푸르덴셜투자증권은 2007년 원장이관을 추진했다. 하지만 처리하는 업무 영역은 한화증권 시스템이 더 넓었다.
푸르덴셜투자증권 시스템으로 통합을 하게 되면 적잖은 업무를 새로 개발해야 했다. 결국 새로운 업무 개발보다는 안정성에 무게를 둬 한화증권 시스템으로 통합을 결정했다. 하지만 자산관리 등 몇몇 업무 프로세스는 푸르덴셜투자증권이 더 좋았기 때문에 해당 프로세스를 한화증권 시스템에 녹여서 개발했다.
시스템 통합 거부감으로 인해 반대도 적지 않았다. 정 상무는 부서별로 2개 시스템을 운영할 경우 불편사항을 적극 홍보하고 설득했다. 또 양사 IT인력을 중심으로 시스템 통합 작업을 주도하게 했다.
양사의 같은 업무를 하는 직원들을 옆자리에 앉게 하고 역할을 분담했다. 처음에는 서로 경계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서서히 협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내부 인력이 주도하지 않았더라면 8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정 상무의 설명이다.
정 상무는 “이번 시스템 통합 과정을 거치면서 양사 IT인력들이 빠르게 가까워졌고 내부 역량이 쌓이는 계기가 됐다”며 “현업의 불편을 줄이고 IT본부는 차세대 프로젝트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정 상무는 1988년 한화투자증권(당시 제일증권)에 입사해 24년간 IT업무를 담당하면서 증권IT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98년 고려증권 부도 후 남아 있던 30여만 잔여 계좌와 잔고를 이관했던 일은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당시 실무자로 참여했던 경험은 푸르덴셜투자증권 계좌를 이관한 이번 통합 사업에 큰 도움이 됐다.
1999년 한화증권 원장이관 사업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 한화증권 내부 시스템은 메인프레임, 원장이관 목표시스템은 유닉스서버였다. 코스콤 파워베이스를 이관하는 것도 큰일인데 IT플랫폼마저 변경해야 했기 때문에 2년간 정 상무를 비롯한 많은 직원들이 힘을 쏟아야 했다.
정 상무는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당시 추진했던 사업들이 한화증권 정보화의 밑거름이 된 것을 생각하면 흐뭇하다”며 “이제 차세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CIO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재도약을 위한 날갯짓을 시작했다. 단순히 푸르덴셜투자증권 인수로 몸집을 불리고 사명만 변경한 것은 아니다. 지난 10일 `고객약속`을 선포하고 고객과 약속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회사로 거듭날 것을 천명했다. 불완전 판매된 금융상품은 투자금을 되돌려주는 등 적극적인 고객만족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정 상무는 “회사가 고객과 함께 성장하고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IT시스템을 준비하는 게 CIO로서 내게 주어진 역할”이라며 “경쟁력 있는 시스템으로 치열한 경쟁에서 한화투자증권이 앞서나갈 수 있도록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약력
정태순 한화투자증권 IT본부 상무는 1986년 삼성SDS에 입사하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1988년 옛 한화증권(당시 제일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24년간 IT업무를 담당해왔다. 업무시스템팀장, 시스템운영팀장 등을 거쳐 2010년 최고정보책임자(CIO) 자리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