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지식 기반 시대다. 20세기는 풍부한 산업 자본과 숙련된 노동자를 보유한 북미· 유럽 국가가 제조업으로 부를 창출했다. 20세기 후반부터 신흥공업국의 기술경쟁력이 향상되면서 제조업으로 부를 창출할 수 없게 됐다. 기존 선진국이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지식재산(IP)이다. 지식기반시대에는 IP를 갖는 것이 제조기술을 보유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시대다. 퀄컴사처럼 제조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IP만으로 막대한 수익창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1970~1980년대 경쟁력 약화를 경험하면서 1980년대 이후 IP권 강화 정책을 펴 왔다. 유럽은 2000년 리스본 전략 채택 이후 역동적인 지식기반경제 구축을 위해 핵심적인 연구개발 정책과 IP권리 정책을 수립했다. 일본도 2002년 총리 주도로 IP기본법을 입법했고 2010년 IP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은 2005년 중국 과학기술 3대전략으로 인재 전략·특허 전략·표준 전략을 설정했다. 특허 전략을 3대 전략 가운데 핵심 전략으로 두는 등 세계가 IP 환경 개혁을 통한 경쟁력 향상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IP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선행적으로 연구개발(R&D)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투자는 지난해 연간 총 49.9조원이다. 국내 총생산(GDP)대비 4.03%로 이스라엘 4.40%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으로 분석됐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평가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과학경쟁력은 세계 5위다. R&D 후 발생하는 특허출원 건수가 세계 4위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R&D 투자에 따른 과학기술 발전을 토대로, 세계의 선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반도체·이동통신·TV·자동차·선박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달린다. 일례로 삼성 휴대폰은 2012년 세계시장 점유율이 25%, LED TV는 28%로 각각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질적으로 돈 되는 핵심 특허와 원천 기술 부족으로 2010년 7조5000억원의 기술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특허보호 수준은 미미해 국내 특허소유자가 침해기업을 상대로 침해소송을 하더라도 승소율은 10% 정도다. 승소하더라도 침해 보상금은 5500만원에 불과하다. 2009년에 우리 IP보호지수도 33위에 평가되는 등 과학기술 순위에 비해 상당히 뒤쳐져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특허출원 건수는 최근 3년간 연간 1000여건 이상이다. 특허출원 건수로만 보면 세계 대학 중에서 1위라 할 수 있다. 2011년 국제협력조약(PCT) 국제특허출원은 4개의 미국 대학 다음으로 세계 5위를 하고 있다. 반면에 특허 활용률은 15% 미만으로 85% 이상의 특허가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에서 질(質) 중심의 R&D 성과 창출이 시급하다. R&D 기획 단계부터 연구자를 중심으로 기술이전전문가(TLO), 변리사 및 기술사업화 전문가가 협력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희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사업화센터장 tlo@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