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장비 역차별 여전...업계·정부 "특정스펙 금지 등 제도개선 필요"

정부와 공공기관이 잇따라 통신장비 구축사업에 외산 업체만 참여하도록해 국산 업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대구 달서구는 최근 진행된 구 전용망사업 제안요청서(RFP)에 외산 통신장비를 종류까지 지정해 구설수에 올랐다. 참여기회가 원천차단 된 국내 업체들이 항의했지만 번복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나라장터나 구청 홈페이지에도 조달 관련 내용이 올라와 있지 않은 채 암암리에 발주가 이뤄졌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올 하반기 국방 관련 사업에 참여하려던 A사는 정부 기관의 무리한 요구에 참여의사를 접었다.

제안서와 품질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았지만 최종 단계에서 “미국 기관 인증을 받아오라”는 요구를 받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정한 미국 기관은 아직까지 타국 통신장비에 대해 인증을 내준 사례가 없었다.

군 전역 후 A사 임원으로 영입된 한 관계자는 “안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구매 결정과정에 불합리한 요소가 너무 많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10월 국내 최초로 올(ALL)-IP 전송장비를 개발한 B사는 아직 공공기관 납품 실적이 없다.

기관에서 통신사 시험평가 성적서를 요구하고 있지만 시스템통합(SI) 역할을 하는 통신사가 여전히 외산 장비를 선호해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예산낭비 지적도 종종 나온다. 정부 산하기관이 운영하는 모 수련원은 최근 통신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며 3억원을 들여 테라바이트(TB)급 외산 장비를 채택했다. 이 장비의 스펙(SPEC)은 서울시 전역을 커버하고 남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적정용량의 국산 제품을 쓰면 10% 예산만 들여도 가능한 사업에서 굳이 비싼 외산 솔루션을 도입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기관 내 국산 통신장비 점유율은 2007년 6.5%에서 2011년 30% 수준까지 상승했다.

지경부는 산하기관에 장비도입 시 별도 심사위원회를 거치는 등 국산제품이 차별받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계속 마련해 왔다. 9월 지경부,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 등 관련부처가 모인 `범부처네트워크산업발전협의회`를 꾸리는 등 정부 차원에서 국산 통신장비 산업 육성에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일선에서는 외산선호 현상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연내 개선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범부처 차원에서 수립 중인 `국내 네트워크 경쟁력 강화 전략`에서 발주시 특정 스펙 명기 금지 등을 담을 것”이라며 “현장 구매담당자가 정부 방침에 협조할 수 있도록 개도 활동도 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