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엠텍이 시스템 반도체 설계 사업에서 철수했다. 팹리스의 기술력과 대기업의 자본이 뭉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던 모델이 사실상 실패로 끝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엠텍비젼(대표 이성민)과 SK텔레콤이 지난해 중국 선진에 합작 설립한 SK엠텍은 최근 시스템 반도체 설계 사업을 접었으며, 엠텍비젼과의 협력 관계도 청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엠텍 관계자는 “엠텍비젼의 칩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시스템 반도체 설계 사업은 정리하고 현지 수급을 통한 모듈, PCB 등 반제품 사업으로 업종을 전환했다”며 “70여명의 직원 중 대부분이 현지 채용된 중국인이며 설립 초기 연구개발 목적으로 파견됐던 엠텍비젼 직원들은 전원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국내 팹리스 설계 기술력과 대기업의 유통 시스템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SK엠텍의 운영 방향에서 틀어진 모습이다. 자체 설계가 아닌 조립 등 후공정 업체로 전환된 셈이다. SK텔레콤 역시 SK엠텍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는 하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반도체 사업이 칩 하나만으로 영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솔루션 사업으로 전환해 실험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며 실적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면서 “현재 SK텔레콤이나 SK하이닉스와 직접 협력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SK엠텍은 국내외 시스템 반도체 유통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세워졌다. 설립한 지 1년 정도밖에 안된 SK엠텍의 이 같은 변화를 두고 국내 팹리스 업계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 중론이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엠텍비젼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전개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자생력 있는 팹리스 업체의 경우 굳이 대기업 유통망을 활용할 필요가 없다”며 “많은 팹리스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고 있는데 이는 대기업 유통망을 활용하면 이익 구조만 취약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하이닉스를 인수한 SK가 굳이 SK엠텍을 통해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할 당위성이 사라진 것도 또 다른 이유로 보고 있다.
한편 엠텍비젼은 현재 자금 흐름 정상화를 위해 판교 사옥 매각과 키코 피해 보상 소송 승소에 따른 보상금 수령에 역량을 쏟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시스템IC 설계를 중단한 것은 사실이나 추후 재개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