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는 2020년까지 이어질 것이다. 장기침체의 국면에서는 원자재, 주식, 부동산 등 어떠한 자산도 적절한 투자대상이 될 수 없다.”
21일 서울 여의도 63시티에서 열린 `대신 인베스트먼트 포럼 2012`에 참석한 헤리 덴트 박사는 이같이 말하고 채권 강세장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헤리 덴트 박사는 일본경제가 정점에 달했던 1980년대 말 일본경제의 장기불황과 미국의 최근 불황을 예측하면서 미국 금융계에서 주목받은 인물이다. 덴트 박사의 분석은 글로벌 시장에 대한 각 국가의 출산율과 경제사이클의 변동성, 도시화 등에 대한 연구에 기초한다.
그는 “2007년말 미국 소비 수요의 정점을 이뤘던 베이비부머들이 소비를 줄이면서 경제가 급속히 위축된 것”이라며 “향후 10년간 역사상 가장 거대한 부채 구조조정을 경험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디플레이션이 초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덴트는 “미국 정부가 돈을 풀고 금리를 조정해도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려는 개인의 재무목표를 극복하긴 어렵다”며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일시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결국 성과를 거두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발 위기의 진정 가능성에도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유럽이 2차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며 “구제금융에 나선 유로존도 남유럽국가에 대한 구제금융보다는 채권 디폴트를 놔두는 게 손해가 덜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과 관련해선 “인구구조가 줄어드는 구조에서 필요 이상 투자로 거품을 만들고 있다”며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 은행 시스템이 큰 위험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중국의 거품이 터지면 농산물을 제외한 금과 은, 원유 등의 상품시장도 침체할 것으로 분석했다.
소비감소와 부채조정으로 인한 기업이익 감소로 주가조정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반면에 그는 “경기침체로 인한 채권 강세장은 내년부터 최대 2020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 국채 신용 품질과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우려로 내년 미국 국채 수익률이 일시 상승 후 하락세로 전환되면 수년간 국채 가격의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선 “최대 소비연령이 40대 후반이지만 교육비 등을 제외하면 지출이 정점을 이루는 시기는 50~55세로 미국에 비해 10년이 늦다”며 “미국 소비 둔화에도 한국과 아시아 지역의 구매력은 최소한 수년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포럼에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내년 상반기에는 유럽 신용위험과 미국 재정절벽 우려로 박스권 내 등락을 보이다가 하반기에는 중국 경기 호조와 미국 주택시장 회복세에 힘입어 상승 추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