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 모터스(GM)의 메리 바라 글로벌 제품 개발 수석부사장은 지난 1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M Electrification Experience` 행사를 통해 GM의 향후 전기차 관련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2017년 GM의 전 세계 판매량 중 5.5%에 해당하는 50만대는 `전기화`된 모델이 차지하게 된다. 여기서 전기화(Electrification)란 전기자동차와 GM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이어시스트(eAssist)`를 의미한다. 도요타의 경우 올해 1~10월 세계 시장에서 판매한 하이브리드 카의 대수가 이미 100만대를 돌파했다.
GM은 올해 미국시장에서 전기차 쉐보레 볼트와 이어시스트 모델들을 합쳐 5만대 이상의 전기화된 차량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이어시스트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뷰익 라크로스와 리갈, 쉐보레 말리부 에코에 기본 탑재돼 있다. 내년 출시되는 2014 쉐보레 임팔라 eAssist 모델에도 적용된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이어시스트 차량은 2만6000대가 팔렸다. 하지만 GM은 2017년까지 이어시스트 차량의 연간 판매를 수십만대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며, 이를 위해 차세대 이어시스트를 개발 중이다. 현재의 이어시스트는 일반 차량 대비 최대 25%의 연비 향상을 제공한다.
바라 부사장은 이어시스트가 차지하는 비중에도 불구하고 GM의 전기화 전략 중심에 있는 것은 `플러그-인`임을 강조했다. GM은 2010년 연말에 플러그인 방식의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EREV)인 쉐보레 볼트를 출시했다. 이를 계기로 전기차 기술개발 및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실, 2007년 볼트의 출시 계획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GM은 실용적인 전기차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볼트를 양산하기 위해 1000명의 신규 연구개발 인력을 고용했으며, 미국 최대의 OEM 배터리 연구소를 개설했다. 8억달러를 투자해 관련 시설도 확충했다.
2011년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판매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기록하던 볼트는 지난 10월 미국 시장에서 3000대 가까이 팔려 역대 최고의 월간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유가 인상의 영향도 있었지만 몇 달 전부터 파격적인 할인을 내건 효과가 컸다. 당초 4만달러 정도의 가격이 책정된 볼트는 팔수록 손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볼트의 판매를 지속하는 한편으로 볼트의 기술을 다른 차종들에 확대 적용할 것이기 때문에 대당 손실은 줄어든다는 것이 GM의 설명이다. 시장에 새로운 기술을 보급하는 것인 만큼 일단은 출혈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볼트의 EREV 기술은 우선 캐딜락 브랜드의 신차 `ELR`에 이식될 예정이다.
쉐보레 브랜드로 2013년 출시되는 전기차 `스파크EV` 역시 볼트에서 얻어진 기술 노하우로 개발됐다. 이달 말 2012 LA모터쇼에서 정식 데뷔하는 스파크EV는 한국지엠이 창원 공장에서 생산하며, 내년 미국과 한국 출시를 시작으로 판매 국가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자세한 제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구동모터의 출력이 일반 스파크의 1.0리터 가솔린 엔진보다 월등히 높은 85㎾(114마력)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속이 빠르고 핸들링도 타이트해서 운전이 재미있다는 것이 바라 부사장의 부연 설명이다. 전기차를 리스로만 보급하는 일부 메이커들과 달리 GM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에 대해서는 8년/10만마일(약 16만㎞)의 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