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치대 대화면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화면이 넓어 동영상이나 책을 읽는 데 유용하지만 휴대성은 조금 아쉽다. 화면을 접었다 폈다 하는 스마트폰은 언제 쯤 나올까. 스마트 기기 시장이 커지면서 화면을 둘둘 말거나 접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디스플레이쪽은 관련 제품 개발에 성공했고 양산이 멀지 않아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등에 적용될 날이 가까워졌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란 기존 디스플레이 특성의 손실 없이 종이와 같이 수 센티미터 이내로 휘거나, 구부리거나 말 수 있는 얇고 유연한 기판을 사용해 제조된 디스플레이. 기존 딱딱한 디스플레이와 달리 가볍고 얇고 충격에 강하며 구부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스마트폰, 하드웨어 대혁신
초기 운용체계와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등 소프트웨어 경쟁이 치열했던 스마트폰 시장이 하드웨어 경쟁 체제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OS가 상향평준화되며 차별화 포인트가 바꿨다. 애플에서 촉발된 IT산업 모바일화 새 물결은 1~2년내 새로운 개념의 하드웨어 출시로 다시 한 번 거센 혁명이 일어날 전망이다. 혁명의 중심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있다.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미래 스마트폰 시장 대응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제품을 내놓을 전망이다.
애플은 지난 3월 `휘는 화면을 장착한 전자기기` 디자인 특허를 출원했다. 이 문서에는 아이폰과 비슷한 모습을 한 단말기의 앞면이 휘는 그림이 포함돼 있다. 이미 LG디스플레이가 플라스틱 소재 전자종이 양산을 시작했고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도 OLED기반 휘는 디스플레이를 개발 중이다.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전자잉크 기반 전자종이(Electronic Paper display)로 아마존 킨들파이어 등 전자책에 주로 사용된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휴대폰용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면 기존 틀에서 벗어난 다양한 제품이 출시 될 수 있다”며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가 결합된 새로운 개념의 하드웨어도 탄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출시는 박막봉지공정의 기술적 어려움과 낮은 수율 등으로 계획보다 늦고 있다”며 “깨지지 않는 개념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내년 출시되고 시장 성장은 기술적 난제가 극복되는 2014년 이후”라고 덧붙였다.
◇둘둘 마는 스마트폰 현실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에 적용되면 다양한 형태 제품이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디스플레이 뱅크에 따르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크게 4세대로 나눌 수 있다. 1세대는 깨지지 않는, 2세대는 굽혀지는, 3세대는 접고 둘둘 말수 있는, 4세대는 실제 종이와 같으며 인쇄가 가능한 단계다.
로드맵에 따라 스마트폰도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1단계는 깨지지 않는 평평한 화면을 탑재한 스마트폰의 등장이다. 현재 1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의 스마트폰을 떨어트려 화면이 손상되면 수십 만원대 수리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깨지지 않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제품은 이런 부담이 줄어든다.
2단계는 구부릴 수 있는 화면이다. 스마트폰은 평평한 직사각형 형태가 대부분인데 어느 정도 구부릴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등장하면 다양한 스마트폰 디자인이 가능해진다. 매년 애플 아이폰 등장 때마다 새로운 디자인이라고 거론되는 `물방울` 모양 스마트폰도 나올 수 있다. 3단계는 둘둘 마는 형태다. 기존 직사각형 형태보다는 동그란 원통형으로 펜 모양 스마트폰 등장이 기대된다. 큰 화면이 필요할 때 원통 안에 감겨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쭉 뽑아 쓰는 형태의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휴대가 매우 간편해진다.
4단계는 접을 수 있는 화면이다. 마치 신문지를 접어 가방에 넣어 다니듯 스마트폰을 접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펼쳐서 사용하는 형태다. 물론 당장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수준의 제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두께와 무게를 줄일 수 있다. 다양한 디자인 적용도 쉬워진다. 이준우 팬택 부사장은 “당장 상용화는 어렵지만 스마트폰 혁신의 축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제품에 집중되고 있다”며 “펜 모양으로 생긴 스마트폰에서 화면을 뽑아 쓰는 형태 제품 등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