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은 일본제가 대부분인데 왜 아이폰이 일본에서 태어나지 못했는가.”
22일자 일본 닛케이산업신문에는 이런 주제의 연재 기사가 실렸다. 부품이 일본 제품인 것은 물론이고 워크맨, 플레이스테이션 등 혁신적 제품으로 세계 전자산업을 이끌던 소니 같은 기업이 즐비한데 왜 일본이 스마트 시대에 뒤지고 있느냐는 질문이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SME) 사장을 지낸 마루야마 시게오의 진단은 간단했다. “기존 사업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다음 모델로 이행이 늦어졌다. 이용자가 편리성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하지 못해 시장을 놓쳤다.”
`이용자가 편리성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한다는 것은 결국 이용자의 `욕망`을 읽어내고 그것을 충족해줄 수 있는 새로운 기기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애플은 그것을 해내는 데 성공했고 소니를 포함한 일본 전자기업은 실패했다는 게 시게오의 판단이다. 고객의 욕망은 기업 경영의 시작이자 끝이다.
`욕망을 측정하라`는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는 `고객의 욕망` 문제를 다룬다. 이 책에 따르면 애플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객은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에 들어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충족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욕망까지도 충족해주겠다는 의지가 애플에 열광적 지지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의 욕망을 심도 있게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이 책이 다른 경영학 책과 다른 점은 고객의 욕망을 IT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IT가 소비자의 욕망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IT를 이용해 그 욕망을 어떻게 측정하고 만족시키는지를 생생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한류 팬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에게는 한국 동영상을 보고 싶은 `욕망`이 있다. 문제는 언어다. 누군가 이 욕망을 풀어줘야 한다. 실제로 EBS가 유튜브와 손잡고 이 같은 일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방식이 독특하다. 동영상에 영어 자막을 넣는 것까지는 평범하다. 그런데 여기에 구글번역기를 연동할 생각을 해냈다. 그렇게 하면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전 세계 사람들이 자기나라 말로 한국 동영상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몇 달 안에 상용화될 예정이다.
현 IT문화원장이자 `모바일 혁명이 만드는 비즈니스 미래지도(2009)`를 쓴 저자는 “지금까지는 정보공유와 IT가 소비자의 욕망을 변화시키는 데 주로 영향을 미쳤지만 앞으로는 소비자의 욕망 측정과 만족이라는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김중태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 1만5000원.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