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수억원이 들어간 가정용 수소연료전지체험관 가동 시스템이 수년째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 체험관은 에너지관리공단이 지난 2009년 수소연료전지 보급 및 국민적 공감대 확산을 위해 3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GS퓨얼셀의 가정용 수소연료전지발전시스템 3기를 광주·전남지사에 설치했다.
도시가스를 이용해 대기의 산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이 시스템은 배터리와 달리 연료가 공급되는 한 재충전 없이 계속해서 전기와 온수를 사용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공단은 설치 당시 수소에너지 확산 및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 대대적인 홍보도 병행했다.
이 시스템은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수년째 자체 전기생산 없이 방치돼 있다. 관리기관 측이 도시가스를 공급받아 전기를 생산하면 오히려 일반 전기사용보다 운영비가 더 많이 드는데다 관리마저 힘들자 사실상 손을 놓았다.
설치 목적에 따르면, 자체 생산한 전기로 전시장 내 조명기구와 텔레비전, 에어컨 등을 가동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현장은 한전에서 공급받은 전기만을 사용하고 있다. 눈에 띄는 곳만 정상으로 보이게 가동 중인 셈이다.
현장을 찾아본 결과 전기 생산량을 실시간 테스트하는 노트북 제어시스템은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방치돼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3000여만원을 들여 설치한 대형 LED전광판도 주민민원 등을 이유로 1년에 10여회만 가동할 뿐 대부분 가동하지 않았다. LED 가로등 체험장의 가로등 3기도 수개월째 고장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이 때문에 매년 이 체험관을 찾는 유치원, 초중고생 4만여 명은 정상 가동되는 시스템을 보고 전기생산 원리 등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임의로 조작해 흉내만 내는 신재생에너지 생산현장을 체험하고 돌아가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지난해 광주·전남지사에 설치된 시스템 가운데 2기를 대구지사에 보냈으나 이 곳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 에너지산업 한 전문가는 “수소연료전지 체험관의 경우 사후관리 예산과 전담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래선 안된다”며 “새로운 에너지정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신경써야 할 것은 기존 시설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라고 꼬집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도시가스 연료값이 많이 올라 에너지절감 차원에서 수소연료전지의 전기생산을 중단했지만 온수 사용은 가능하다”며 “체험관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