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해보니 남의 물건 파는 일은 남는 게 없었습니다. 다른 회사와 종속관계가 되는 것도 문제였어요. 내 제품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지난 2002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연구소기업 1호로 창업한 윤홍익 가교테크 사장 얘기다.
윤 사장은 KISTI 슈퍼컴퓨터센터에서 기반시설 운영과 관리를 맡아 20년을 일했다. 윤 사장은 창업 초기 어려움에 대해 `저가수주`를 꼽았다.
“수주는 해야겠고 결국 경영수지가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인큐베이터에서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KISTI의 지원을 받아 일했지만, 초기 시장 진입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아는 사람들 찾아가면 남의 물건 말고 자기 물건 가지고 오라는 핀잔을 주기도 했습니다.
윤 사장은 이때부터 이를 악물고 연구를 시작했다. 중소기업이 `기술 노예`를 극복하고, 독자 생존할 수 있는 길은 R&D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운도 따라줬다. 충남대 기계설계공학과 유성연 교수를 만나게 됐다.
“연구실에 찾아가 플라스틱 열교환기를 보는 순간 또 다른 영혼이 몸속에 들어온 듯 전율을 느꼈습니다. `필`이 온다고 하죠. 무조건 매달렸지요.”
유 교수도 순순히 응해줬다. 자신의 기술력을 알아주는 윤 사장이 싫지 않았다. 유 교수도 지원하기로 마음먹은 뒤부터 화끈하게 나섰다.
가교테크는 이때부터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사업수완이 남다른 윤 사장과 열교환기 분야 국내 최고 기술력을 갖고 있는 유 교수의 만남이 시너지를 발휘했다.
제품 개발과정에서 어려운 일은 산학연관 협력으로 풀어 나갔다. KISTI의 슈퍼컴퓨팅 자원도 지원받았다. 시뮬레이션과 최적설계를 통해 개발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했다.
중소기업청의 산학연협력 기업부설연구소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플라스틱 열교환기를 응용한 에너지 절약형 환기장치, 공조기, 건조기 등을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기후 및 냉방부하 예측을 이용한 냉방시스템 최적제어 기술을 산학 공동연구로 개발해 기존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보다 성능이 훨씬 탁월한 `지능형건물에너지내비게이터(스마트BEN)`을 세계 최초로 내놨다.
신기술(NET)인증, 신제품(NEP)인증, GS인증, 중기청 성능인증과 조달우수제품으로도 지정받았다. 최근 열린 2012 신기술실용화 촉진대회에서는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받았다.
`스마트BEN` 보급에도 탄력이 붙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외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미래형동물자원센터, 국회 제2의원회관, 충남도 청사, KAIST 김병호IT융합센터, 공주시청 청사 등에 설치해 성능을 인정받았다. 현재 설치가 진행 중인 곳도 많다.
가교테크는 정부가 주도하는 한국형 마이크로에너지그리드(K-MEG) 사업 지원을 받아 건물에너지 예측 및 평가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요즘은 대기업들도 너도나도 BEMS하려고 난리지요. 덕분에 그 틈바구니에서 당당히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가교테크는 지난해 3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내년엔 1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닥 상장은 3∼4년 뒤를 예상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