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가 시행된 지 1년이 됐다. 당초 우려와 달리 제도가 점차 자리를 잡고 있다는 평가와 발전차액지원제(FIT) 부활 등 보다 강력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엇갈린다. RPS 시행 1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를 돌아보고 보다 효과적인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방향을 2회에 걸쳐 모색해본다.
정부는 지난해 FIT를 종료하고 올해 처음으로 RPS를 시작했다. 수년간 지속한 FIT를 통해 성공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초기 보급을 수행했고 제도를 지속하기에는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우려와 기대의 시각이 공존했다. FIT는 정부 재정부담이 많은 반면 기업의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고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RPS는 재정부담이 적고 신재생에너지 공급량 예측·관리가 쉬운 반면 투자 불확실성 때문에 중소규모 업체에 불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RPS 시행 첫 해 평가를 `절반의 성공`으로 표현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은 FIT 시행 때보다 줄어들었지만 제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우려했던 중소 업체 참여 저조 등의 문제도 별로 없었다는 평가다. 첫 시행인 만큼 업계의 준비가 부족해 시장이 혼란스러웠지만 세계적인 불황에도 신재생에너지 업계가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 점이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풍력·연료전지 등의 설치는 비교적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올해 태양광 의무량 220㎿ 중 약 70% 설치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했다. 풍력은 올해 약 35㎿ 설치가 이뤄졌지만 환경부의 육상풍력 입지규제 등이 겹쳐 새로운 사업추진이 더뎠다. 연료전지는 60㎿ 규모 대형 사업이 시작됐지만 준공된 설비는 100㎾급 제품 2대에 불과했다.
RPS 공급의무자인 발전사업자들의 올해 이행률은 50%를 넘은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하고 모두 10% 내외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전체 의무량 중 약 30%를 내년으로 이월할 수 있고 정부가 시장에 공급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활용이 가능해 지금의 성적대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업계 의견이다.
투자 불확실성으로 중소규모 업체의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화 되지 않았다. 특히 대폭 떨어진 태양광 설비 가격을 바탕으로 중소규모 업체들이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규모 사업자들이 REC를 판매할 수 있는 입찰 물량이 너무 적어 경쟁이 과열되면서 REC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며 “중소업체의 사업을 활성화 하려면 입찰물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진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장은 “시행 첫 해라 아직 불안정해 보일 수 있지만 연말부터 이행률 달성을 위한 움직임으로 현물시장 거래가 활발해지는 등 제도가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당초 우려했던 대로 중소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크게 막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며 의무 불이행에 대한 벌금은 반드시 부과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거래동향(단위 : REC, 자료=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최호·유선일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