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은행계 카드사는 속속 카드사업부문을 분사, 카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카드 수수료 인하와 발급 제한 등으로 규제 수준을 높였다. 30년 역사를 갖고 있지만 비씨카드에도 힘겨운 한해다. 더욱이 지난 몇 년간 비씨카드는 시장점유율이 줄어드는 등 성장이 정체됐다.
비씨카드에 지난 8월 구원투수가 전격 투입됐다. 카드업계 후발 주자인 하나SK카드 대표를 맡으면서 신개념 모바일 카드를 도입, 돌풍을 일으킨 이강태 대표다. 비씨카드의 새 선장으로 또 한 번의 모바일 카드 신화를 쓰는 이강태 비씨카드 대표를 만났다.
“단순한 고객 맞춤형 모바일 카드 서비스가 아닌 고객의 상황정보를 기반으로 소비 추천이 가능하도록 하는 신개념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이 대표는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비씨카드가 초대형 기업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지불결제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씨카드는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 기존 모바일 서비스를 뛰어 넘는 신개념 서비스를 제공토록 할 계획이다.
고객 지향적인 전자지갑(웰렛) 사업도 준비한다. 기존에 통신사나 인터넷 기업별로 한정된 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지갑 서비스가 아닌 하나의 통합된 서비스를 구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형 카드사와 스마트폰 단말기 제조 기업 등 다양한 기업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모기업인 KT를 비롯해 KT텔레캅, KT캐피탈 등 KT그룹 계열사들과 시너지 제고 방안도 마련한다. 대표적인 것이 가맹점 개설부터 판매시점관리(POS), 전화, 인터넷, 보안 등 점포 운영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제공해주는 토털 가맹점 개설 서비스다.
가동을 앞두고 중단한 차세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중단된 차세대 프로젝트는 문제가 많았다”며 “최근 하드웨어 교체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애플리케이션 재개발은 당분간 진행하지 않을 생각이다. 단 모바일 마케팅 강화를 위해 필요한 지원시스템은 별도 구축할 방침이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모바일 카드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비씨카드의 모바일 카드 전략은 무엇인가.
▲비씨카드는 지난 30년 동안 많은 성장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최고 49.7%에서 서서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월 시장 점유율이 최저점까지 내려갔다.
전환점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모바일 지불결제 사업이다. 모바일 카드를 포함한 다양한 모바일 결제 수단을 이용자의 시간, 장소, 상황에 맞게 제공할 것이다.
단순히 고객 스스로 서비스를 선택하는 형태가 아닌 이용자 상황정보에 맞춰 소비 추천이 가능한 상품을 만들고 있다. 모바일 카드 이용 형태를 분석해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유효한 분석이 가능하려면 모바일 카드 이용자가 40만명은 넘어야 한다. 비씨카드 모바일 카드 이용자는 지난 8월까지 1만명에 불과했다. 이달 7일 10만명을 넘어섰다. 내년 상반기 정도면 4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카드 사업을 위해 중국과 일본, 미국 등 해외 협력은 어떻게 준비하는지.
▲한국, 중국, 일본, 미국의 고객들이 자유롭게 모바일 결제를 할 수 있도록 결제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비씨카드는 해외 여러 카드사업자와 모바일 카드 호환을 위한 기술 검토를 하고 있다. 발급 규격부터 가맹점의 NFC 인프라 호환 방안까지 다양한 대안을 논의 중이다.
국제 모바일 결제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해외 여행하는 각 나라 고객에게 스마트한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먼저 한국을 여행하는 중국 관광객 대상으로 관광과 쇼핑 정보를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는 우리나라 이용자가 미국이나 일본을 여행할 때 이용할 수 있는 NFC 기술 기반 가맹점 마케팅 서비스를 선보인다.
-비씨카드가 추진하는 전자지갑 사업은 어떻게 추진하는가.
▲모바일 카드를 여러 장 발급한다고 해서 카드사가 이익을 보는 것은 아니다. 이용자가 실제 발급 받은 카드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바일 카드에 대한 사용자 경험이 중요하다.
전자지갑을 이용하면 모바일 카드 활용을 극대화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자지갑이 제각각 운영돼 여러 개의 전자지갑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 이것도 무의미하다.
비씨카드는 여러 카드사와 여러 통신사 등에서 함께 사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업과 협력해 통합된 전자지갑을 만들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전자지갑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KB·신한·현대카드 등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전자지갑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 카드사 등과도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모기업인 KT와의 시너지 제고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모바일과 금융 컨버전스 시대에 맞춰 KT와 다양한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지난달부터 KT 기술지원을 받아 USIM에 국내 전용 모바일카드 표준인 KS 규격을 탑재해 발급하고 있다. 고객들이 보다 편리하게 모바일 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게 된다.
전자지갑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술적 지원과 서비스 확대를 위한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KT 그룹 계열사 간 협업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맹점 개설 토털 서비스다. 점포를 만들어 가맹점을 신청하면 비씨카드는 가맹점 개설을 위한 POS 단말기 등 다양한 가맹점 인프라를 구축한다. 여기에 KT의 전화, 인터넷망 연결과 IPTV 등 다양한 복합서비스를 제공한다. KT텔레캅의 보안서비스와 KT캐피탈의 융자 서비스도 제공한다. 현재 이 서비스는 일부 문제점이 있어 보완하고 있다. 보완이 완료되면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하다 중단하고 최근 하드웨어 교체만 완료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차세대 프로젝트 진행 방향은.
▲차세대 프로젝트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와서 가만히 들여다보니, 실패할 만한 이유들이 있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력들이 고생은 많이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최근 하드웨어를 모두 교체했다. 하드웨어 교체는 당초 5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프로젝트 기간을 상당 부분 단축시켰다. 이번 하드웨어 교체로 속도를 기존 대비 20% 이상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재개발은 당장 추진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더 이상 빅뱅방식은 의미가 없다. 향후 모바일 마케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다.
-해외에서 비씨카드 사용 확대를 위한 추진 계획은.
▲비씨카드는 국내 카드사로는 최초로 처음 중국은련(CUP)과 제휴를 체결, 비씨은련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최근 200만장 발급을 돌파했다. DFS와도 제휴를 맺어 세계에서 결제가 가능한 글로벌 카드도 230만장 발급했다.
이어 모바일 카드로 확대하기 위해 발급 규격과 가맹점 인프라에 대한 호환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작업은 해외 카드사와 시스템 연동보다 훨씬 방대한 프로젝트다. 우선 한국 고객이 주로 많이 방문하는 지역의 주요 가맹점을 중심으로 차별화 된 혜택과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개념의 고객 서비스와 상품개발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비씨카드는 USIM 기반 모바일 카드뿐 아니라 Non-USIM 방식의 결제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결제에서의 풀 라인업을 구축한다.
스피드 안전결제는 웹 브라우징이 가능한 모든 스마트 기기에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 모바일 단말 등장에 따라 즉각 대응 가능한 솔루션이다.
-조직 쇄신 위해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했다고 하는데, 어떤 제도인지,
▲탤런트 마켓 제도이다. 이 제도는 비씨카드 사내 공모로 명칭을 결정했다. 직원들에게 기회와 동기를 부여하고 인력선발 과정에서 투명성 확보를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시행한 제도이다.
취임 후 시행된 탤런트 마켓에서는 팀장을 과장급 직원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총 8명의 과장급 직원을 팀장으로 임명했다. 과장급 직원이 팀장이 된 것은 비씨카드 창사 이래 처임이다. 취임 직후 주인의식을 강조했다.
-CIO 출신 CEO인데, CIO에게 충고를 한다면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이 많이 범하는 실수가 IT 자체를 위해서 일을 한다는 것이다.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이 유행한다고 해서, 경쟁사도 하니까, 클라우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구두를 잘 만들려면 가죽을 잘 아는 사람보다는 사람의 발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CIO도 마찬가지다. IT를 잘 아는 사람보다는 회사의 비즈니스를 더 잘 알아야 한다.
다음으로 회사 내부의 사람들도 잘 알아야 한다. 카드 프로세스를 잘 알기 위해서는 카드 프로세스를 담당하는 직원을 잘 알아야 한다.
CEO도 직원들과 팀워크를 이뤄야 하듯이 CIO도 마찬가지다. 인문학적 요소가 필요하다.
-전문경영인으로 어떤 경영을 하고 싶은가.
▲전문경영인은 어려울 때 일수록 빛을 발휘해야 한다. 상황은 언제나 안 좋았다. 매번 어렵다고 말한다.
전문경영인은 주어진 목표가 명확하다. 어떻게 그것을 이룰 것인가에 몰입하면 분명 길은 보인다. 비즈니스 성과를 내는데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시작이 너무 늦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 종사자들은 연말이 되면 인사에 관심이 쏠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연초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치고 나면 3월이 된다. 그때서야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본격적인 성과 창출에 나선다. 그러나 벌써 3~4월이 된다. 10월이면 되면 연말 결산을 시작한다. 결국 성과를 낼 수 있는 기간은 6개월에 불과하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미 연말이 되면 내년도 사업 구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서서히 준비를 하다가 1월이 되면 바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최대한 기간을 활용할 수 있다. 비씨카드가 그레이트 컴퍼니가 되길 바란다. 프로세싱은 후선 업무여서 글로벌 진출로 어디를 가더라도 경쟁력이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이강태 비씨카드 대표는 1953년 전북 전주 출생으로 전주고등학교를 거쳐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LG유통 기획실로 사회 첫 발을 내딛은 이후 IBM으로 자리를 옮겨 유통사업부장 등을 역임하는 등 오랜 기간 근무했다. LG유통 정보서비스부문 상무와 삼성테스코 신유통부문 부사장을 맡았다.
2009년 하나SK카드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고, 2012년 비씨카드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한국CIO포럼 회장을 맡고 있으며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