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은 재정여건상 실험실습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공학한림원 산학일체화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졸자들은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졸업하며 이는 충실하지 못한 실험실습 교육 때문이다.
위원회에 따르면 교육과정을 개편해 이론위주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했지만 여전히 창의적 공학교육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산업현장과 괴리된 엔지니어가 양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기업과 학생이 산업 현장과 부합하지 않는 교육에 불만이 높고 실험실습 기자재의 부족, 산업현장 경험을 가진 교원의 부족 등으로 산업계의 수요에 부응하는 교육이 이뤄지지 못한다.
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4년제 공과대학 졸업생은 연간 6만5000명 수준이다. 공과대학은 201개의 4년제 대학 중 116개(분교 포함) 공과 대학이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공학계열 졸업생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동화 공학한림원 부회장은 “다른 기술선진국에 비해 학생들에 대한 질적 관리가 소홀하기 때문”이라며 “산업계의 대학 산업기술 인력양성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와 투자도 미흡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은 독자적 산업기술 인력양성 체제를 유지하고 중소기업은 정보와 재원부족으로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했다”며 “공대 졸업생의 취업률은 60~70% 수준으로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신기술의 발전, 기술·산업의 융합화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대학은 기존 교육체제를 유지해 산업구조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위원회는 인력양성 체제가 산업현장의 기술인력 수요와 괴리된 것이 문제라며 정형화·표준화된 기초 실험실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공과대학 졸업생은 어느 공과대학을 졸업하더라도 각 전공분야에서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표준화된 실험실습 교과목을 이수토록 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공학교육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재정적 지원을 펼쳐야 한다.
표준 실험실습 외에 대학과 지역(산업)의 특성에 맞는 특성화전공에 따른 창의적이고, 진보한 고급 실험실습 모델 제시도 필요하다. 대학의 특성을 반영해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특화된 고급 실험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토록 유도하고 이에 따른 실험실습 인프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실무 중심형 공학교육체제로 변화를 통해 취업기회 확대도 꾀할 수 있다. 한림원은 “창의적·혁신적 공학교육 실습 프로그램 개발과 확대는 시급한 현안”이라며 “선진국이 빠른 속도로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산업구조로 발전을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대학과 산업체가 변화·발전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