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의 구리 배선 공정이 차세대 전력반도체(PMIC)를 구현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환경 규제, 비용 등의 문제로 설비를 갖춘 파운드리 업체는 일부에 그치는 실정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팹리스 업체들은 PMIC 효율성 향상의 핵심인 선폭 감소를 위해 구리 공정을 적용해야 하지만 이를 갖춘 파운드리 업체가 드물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저전력 칩은 파운드리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지는데 그 핵심 중 하나가 구리 배선 공정”이라며 “향후 주력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려면 파운드리와의 구리 공정 협력이 필수지만 공정 투자 속도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구리 배선 공정은 그동안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배선재료로 사용하던 알루미늄 합금을 구리로 대체한 기술이다. 알루미늄 합금 재료는 저항값이 높아 응답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저전력 칩을 구현하는 데 가장 큰 취약점으로 꼽힌다. 구리는 전기 전도성이 높아 저항이 거의 없고 재료비용은 금 등 기타 대체 금속보다 저렴하다.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의 경우 업계 처음 자사 PMIC에 구리 배선 공정을 도입해 차별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 반도체 업계의 구리 배선 공정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설비 보유 기업은 많지 않다. 현재 SK하이닉스 외에 동부하이텍은 충북 음성 팹2 라인에 한해 구리 공정을 가동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파운드리, 해외 업체로는 글로벌파운드리가 일부 운영하고 있다.
당초 구리 배선 공정은 환경 오염물질 배출 비율이 높아 기피해 왔지만, 최근에는 투자 비용과 복잡한 공정 등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지난 2007년 경기도 이천 소재 구리 공정 라인에 무방류 시스템 설치에 합의하면서 환경 규제 이슈는 일단락됐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구리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설비 투자 규모가 부담스러워 구리 공정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구리 배선 공정은 칩 5000개를 찍을 수 있는 장비 한 세트당 300억~50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시스템 반도체 8인치 라인에 구리 공정 설비 구축을 검토 중이다. 한성규 SK하이닉스 전무는 “시스템IC 8인치 구리 공정은 장비를 일체 새로 들여야 해 당장은 도입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시스템IC 사업 성장 속도가 기대 이상 빨라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