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후보 등록 첫날인 25일 선장을 잃은 안철수 후보 캠프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지난 23일 저녁 갑작스런 안 후보의 사퇴 선언으로 충격에 휩싸였던 캠프는 진정을 되찾았지만 가라앉은 분위기를 돌이킬 수는 없었다.
이날 안 캠프 측은 “이제 마지막인데 후보 사무실을 한번 보여드려야 되지 않겠느냐”며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6층 후보자 사무실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사무실에는 몇몇 자원봉사자들이 나와 짐을 꾸리고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이들도 있었다.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려는 맘인 듯 했다.
안 후보 집무실 바로 앞에 붙어있는 D데이 벽보판은 D-26에 멈춰있었다. 안 후보가 후보를 사퇴한 날 바로 23일이다. 주인을 잃은 책상 위에는 안 후보를 성원하는 자원 봉사자들의 쪽지가 눈에 띄었다. 안 후보는 이날 지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비록 안 후보가 사퇴했지만 18대 대선레이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후보 사퇴로 박근혜-문재인 양자대결로 좁혀졌지만 안 후보가 대선을 좌우하는 키가 쥐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 후보에 대한 지원 범위가 그의 주 지지층인 중도층 표심의 향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면서 대선판 전체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안 후보 지지층 가운데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은 자연스럽게 문 후보에게 흡수될 가능성이 크지만, 중도·무당파 층은 문 후보 지지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안 후보 사퇴 후 이뤄진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안 후보 지지층 가운데 50% 정도가 문 후보로 이동했고 박 후보로 이동한 사람이 20% 정도였다.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표가 많으면 30%에 달할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결국 이 부동표를 박 후보와 문 후보 중 누가 끌어들이느냐가 최종 승부를 가르게 됐다. 따라서 문 후보 측은 안 후보의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현재로서는 안 후보가 문 후보 캠프에서 공식 직책을 갖고 직접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문 후보가 정권교체에 실패할 경우 안 후보도 정치행보에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에 안 후보가 어떤 방식으로든지 문 후보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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