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서부 깊숙한 곳에 자리한 쓰촨성 대표 도시 청두가 내륙의 실리콘밸리로 떠올랐다. 영국 텔레그라프는 청두가 중국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서부시대`를 이끌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인구 1400만명인 청두는 막강한 과학기술 인프라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 IT 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중국 3대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은 470억달러(약 51조원)를 투자해 청두 천푸소프트웨어파크에 세계에서 가장 큰 클라우드 컴퓨팅 단지를 건설 중이다.
이곳에 본사를 둔 청두항공(CAC)은 2010년 독자 기술로 만든 스텔스 전투기 J-20 블랙이글을 선보여 미국과 러시아를 놀라게 했다.
청두에 위치한 51개 대학에서는 매년 20만명의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배출돼 내륙의 실리콘밸리에서는 인력이 부족할 틈이 없다.
지금까지는 1990년대 시작된 동부연안 성장론에 주목했으나 이제는 청두처럼 떠오르는 서부지역을 주목해야 한다고 텔레그라프는 강조했다.
인텔은 2003년 중국 정부의 `고 웨스트(Go West)` 전략에 따른 다양한 인센티브에 이끌려 이곳에 공장을 세웠다. 법인세를 10년간 25%에서 15%로 낮춰주는 등 다양한 세제혜택이 제공됐다. 인텔은 현재 전체 PC용 칩 생산량의 절반을 청두 공장에서 처리하고 있다.
2011년에는 델과 레노버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올해 연말이면 세계 PC 10대 중 5대는 청두에서 생산될 전망이다. 폭스콘도 청두 공장에서 8만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청두 경제성장률은 13%에 달한다. 청두 외에도 내륙 지역인 충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6.5%에 달했고 내몽골도 15%를 기록하는 등 서부지역의 높은 경제성장이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저하된 동부연안을 뒷받침하고 있다.
청두에서는 60층 이상 고층 건물 건설공사가 30개 이상 진행 중이고, 90개가 넘는 대형 복합상업단지를 건설하고 있는 등 당분간 개발 열기는 식지 않을 전망이다.
지 홍린 청두시장은 집무실에 테니스 코트만한 도시 모형을 만들어 놓고 정밀기계단지, 광학단지, 자동차 공장 등의 건설 단계를 끊임없이 점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 시장은 “일단 짓기 시작하면 이뤄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하며 강력한 개발주의 정책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금의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거품`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텔레그라프는 “중국은 임금 상승과 공급과잉, 에너지 부족 등 고질적 문제점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그러나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장애물을 교묘히 극복하는 중국 지도부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내륙 개척을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