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새롭게 만든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내게 가장 적합한 모델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성공하는 길은 혁신적 시장을 만들어내고 선점하는 것 아니었던가. 정주형 이모션 사장은 정반대 이야기를 했다. “게임을 예로 들면 오락실·만화방에서 쓰던 돈을 PC·온라인에서 쓴 거고 이제는 모바일에서 쓰는 겁니다.” 트렌드가 변해도 시장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2002년 29세 때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최연소 코스닥 CEO` 타이틀을 달았던 인물이다. 이모션은 기업 홈페이지 등을 구축하는 `e비즈니스` 전문 업체로 2005년 예당온라인에 인수합병(M&A)한 후 이모션 사업만 그대로 인수해 계속 사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2년 전 `일키로(1㎞)`라는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출시한 뒤 최근 일키로 사업을 분사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모바일 분야에서는 외주가 아닌 자체 사업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세 가지 분야를 놓고 고민하다 경쟁사가 없거나 이길 수 있고, 수익을 낼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사업이 뭔지 분석해서 골랐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서비스, 모바일 게임이 최종 고려 대상이었지만 채팅메신저는 경쟁사가 많고 유의미한 회원 수를 모을 때까지 버틸 여력이 없다고 봤다. 게임은 자신의 주력 분야가 아니었다.
분석은 맞아 떨어졌다. 1km는 최근 가입자 수 200만명을 돌파했다. 이제는 위치기반광고 등 수익모델도 고려할 수 있게 됐다. 화려한 수식어와 달리 정 사장은 이모션에 대해 “정석(FM)대로 사업을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초창기인 1995년 대기업 홈페이지 구축을 해주면서 돈 거래를 해야 하니 개인사업자 등록을 했고 매출이 더 커지면서 법인 설립을 했다. 코스닥 상장은 회사가 영속하기 위해 필요한 건 자금 흐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것.
“투자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을 만나 이야기하다가 우연히 받은 1억5000만원이 전부였고 그래서 조급할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 이후에는 주가를 더욱 반등 시킬 만한 업종이 아니라고 봐서 성장성 있는 다른 업종에 M&A를 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신사업도 마찬가지다. “100만명을 염두에 두고 이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은 직접 대고 그 이후 사업을 확장할 때 투자를 받는다고 생각했다”라는 것. 투자자 눈치 보지 않고 서비스를 운영하니 오히려 사용자가 늘었다. SNS 특성상 다른 사용자에게 불편을 주는 이용자 관리가 까다로운데 매일 불량 회원 관리를 해 1만2000명가량을 차단하고 건전한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171개국 회원이 쓰고 있는 이 서비스는 앞으로 국가별 버전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연간 100억원 이상 매출을 내는 안정적 사업이 있는데 이렇게 또다시 일을 벌인 이유가 뭘까. 정 사장은 “스티브잡스가 죽기 전까지 일을 했다고 하는데,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좋아서 일을 시작한 만큼 계속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