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기 등 사무기기 시장의 강자 후지제록스가 비즈니스 솔루션 기업 변신을 선언했다. 사업 모델을 하드웨어(HW) 판매에서 시스템·지식서비스로 전환해 IT융합·스마트 시대를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후지제록스는 26일 도쿄에서 아시아·태평양 미디어 데이 행사를 열고, 사무관리·제품 개발 솔루션·스마트 워크 등 출시로 내년까지 지식서비스 매출 비중을 23%에서 30%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후지제록스가 상용화를 앞둔 기술 중 스캔 번역 솔루션이 주목받았다. 외국어 문서를 현지어로 자동 번역하는 프로그램이다. 구글 등 검색업체가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 적은 있지만, 인쇄 정보를 자동 번역해주는 기술은 처음이다. 복합기에 원본 문서를 스캔하고, 번역하고 싶은 언어를 선택하면 번역 문서가 출력된다.
사무 현장뿐 아니라 개발·제조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서비스도 내놨다. 전자제품을 설계할 때 원안 도면은 수차례 수정돼 엔지니어들이 수정 사항을 일일이 기록해야 했다. 후지제록스는 도면 변경 사항을 자동으로 추출하고, 기록하는 솔루션을 내놨다. 기존 후지제록스 컬러 복합기에 이미지 추출 단말기만 연결하면 도면 원안과 수정본 사이의 이미지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로 도면을 처리할 때 위치가 엇갈리거나 이미지가 왜곡돼 잘못 인식되는 문제도 해결했다.
클라우드 시스템 기반 스마트 워크 솔루션도 공개했다. 스마트 기기로 중앙 데이터 망에 접속해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스마트 기기 도난 및 분실 가능성에 대비해 모든 정보를 암호화해 보관한다. 후지제록스는 스마트 워크 솔루션을 올 초부터 일본 내에 시험 서비스한다. 애플 아이패드로만 사용 가능하다. 향후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프로그램도 내놓을 계획이다.
후지제록스는 2000년대 중반부터 복합기·프린터 시장 성장 둔화에 대비해 문서관리 등 다양한 지식서비스 모델을 개발해왔다. 사무실 내 문서출력 횟수 및 사용빈도 등을 `빅데이터` 툴로 분석했다. 후지제록스는 글로벌 지사를 통해 솔루션 기업을 인수해 기술을 확보했다. 시스템·SW 인력도 꾸준히 늘렸다. 야마모토 다다히토 후지제록스 사장은 “과거엔 제품 카탈로그를 고객에게 주고 제품 고르는 것만 기다리면 됐지만, 지금 그런 방식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혁신을 가속화해 후지제록스를 세계 최고 수준의 비즈니스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 기자(도쿄) goldlion2@etnews.com